[여자농구]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MVP 삼성생명 앤 바우터스

  • 입력 2003년 8월 3일 17시 52분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삼성생명 여자농구단 식탁에 반드시 오르는 음식. 바로 스파게티다. 벨기에 용병 앤 바우터스(23)는 경기 전 꼭 스파게티를 먹는다.

“벨기에에선 스파게티에 힘을 내게하는 영양소가 많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경기를 앞두고는 늘 스파게티를 먹었어요. 한국에 도착한 뒤에는 구단측에 특별히 부탁을 했습니다.”

삼성생명의 ‘벨기에 특급’ 바우터스가 연습도중 공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자제품 마니아인 그는 1라운드 MVP수상기념으로 구단에서 받은 상품권으로 부모에게 캠코더를 선물할 계획이라고. 권주훈기자

‘스파게티에 웬 활력소?’ 할지 모르지만 한국선수들을 떠올리면 이해가 간다. 우리 선수들도 외국에 나가면 고추장 먹고 힘을 낸다지 않는가. 또 있다.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고 힘을 낸다.

스파게티 덕분일까. 바우터스는 한국에 와서 아직 한 번도 진 일이 없다. 삼성생명은 우리금융그룹배 2003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서 개막전부터 내리 10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일 현재 경기당 26.7점 14.4리바운드를 기록한 그는 기자단 투표에 의해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키가 1m95나 되는데도 놀랄 만큼 빠른 스피드에다 드리블 슛 등 기본기가 충실한 것이 장점. 삼성생명과 신세계는 바우터스 영입을 두고 싸움까지 벌였다.

12세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그는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 98년 처음 몸담은 팀은 프랑스리그의 USVO. 99년 프랑스리그가 끝난 뒤 2000년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여름리그에선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 로커스에 지명됐다.

이때부터 겨울에는 유럽, 여름에는 미국에서 뛰었다. 2001, 2002년에는 ‘프랑스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올해의 유럽선수’를 2연패했다.

순서대로라면 올 여름은 WNBA에서 뛸 차례. 그러나 그는 한국을 택했다. 그의 컴백을 기다리던 미국 팬들에게는 의외. 이 때문에 요즘 바우터스의 홈페이지(www.annwauters.be)는 시끄럽다.

“클리블랜드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팬이다” “미국 프로농구에서 뛰지 않는 것에 실망한다. 1순위로 뽑혔으면 미국에서 뛰어야하지 않는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잘 되기 바란다”는 격려도 많다.

그렇다면 바우터스는 왜 한국 여자농구를 택했을까.

“유럽리그가 끝나는 5월에 바로 WNBA가 시작돼 체력적으로 너무 부담이 됐어요. 몇 년간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강행군을 하다보니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한국 여자리그는 7월에 시작해 6월 한 달 간 여유가 있거든요.”

그는 한국여자농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가 홈페이지에서 미국 팬에게 전한 글을 보자. ‘한국선수들은 굉장히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를 한다. 나는 지금 매우 만족하고 있다….’ 하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4강에 오른 한국여자농구가 아닌가.

그는 월 1만달러를 받고 여름리그가 열리는 3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다. 이 금액은 한국에서 외국인 용병이 받을 수 있는 최고액. WNBA 1년차 신인선수들이 받는 액수와 비슷하다. 유럽에서는 한국처럼 월봉 상한선이 없고 개별자유계약을 맺는다. 바우터스는 유럽에서 받은 계약금을 밝히지 않았지만 특급대우를 받은 것만은 분명하다. 삼성생명이 월 1만달러 외에 별도의 액수를 더 주었을 것이라는 타구단의 추측은 그래서 나왔다. 물론 삼성생명측은 펄쩍 뛰고 있지만….

그의 곁에는 절친한 친구 롯 웰페어가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바우터스와 같은 벨기에 출신인 그는 무릎을 다쳐 농구를 그만뒀다.

“미국에서 뛸 때는 롯이 일주일에 한 두 번 다녀갔어요. 그러나 한국은 워낙 이질적인 문화를 지닌 곳이잖아요.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롯이 처음부터 함께 머물며 도와주고 있습니다.”

롯은 바우터스의 경기를 캠코더로 녹화해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함께 내용을 분석하기도 한다. 친구에 매니저, 코치까지 1인3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바우터스는 전자제품 광. 휴식시간엔 직접 한국에서 산 캠코더를 들고 이것저것 찍는 게 취미다. 한번은 삼성생명팀 통역인 김미소씨가 그를 전자제품 전문상가인 ‘테크노마트’로 안내했다. 그러자 바우터스의 첫 마디. “천국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요?” 그의 방에는 시간 날 때마다 사 모은 각종 전자제품이 가득하다.

“분단국가인 데다 북한 핵문제까지 겹쳐 처음엔 한국에 오는 것을 망설였어요. 그러나 막상 와보니 너무 평온하더라고요. 사람들의 얼굴에 불안감도 보이지 않고요. 지금은 전혀 두렵지 않아요. 너무 좋아요.”

유럽과 미국에 많은 팬이 있는 글로벌 스타 바우터스. 그는 지금 새로운 무대인 한국과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바우터스는 누구

△이름=앤 바우터스(Ann Hilde Willy Wauters)

△전 소속팀=USVO(Union Sportive Valenciennes Olympic·프랑스), 클리블랜드 로커스(미국)

△생년월일=1980년 10월12일

△신장/체중=195cm, 85kg

△주요경력=벨기에 국가대표 센터, 프랑스리그 MVP(2001, 2002), 올해의 유럽선수(2001, 2002)

△가족관계=2녀 중 둘째

△등번호=12(자신의 생일에서 따 옴)

△좋아하는 선수=마이클 조던(은퇴) 코비 브라이어언트(LA 레이커스)

△좋아하는 배우=덴젤 워싱턴(남) 줄리아 로버츠(여)

△재미있게 본 영화=‘양들의 침묵’

△좋아하는 음악=R&B 힙합

△목표=내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

△가장 기뻤던 순간=조카들(카토, 빅)이 태어났을 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