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4할타자’… 인간세계로 귀양온 ‘神방망이’

  • 입력 2003년 5월 26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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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4할.

일본 프로야구에선 단 한번도 없었고 127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27번(양대리그가 시작된 1876년 이후)밖에 나오지 않은 ‘꿈의 기록’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원년인 82년 MBC청룡에서 감독겸 선수로 뛴 백인천(현 롯데감독)이 유일하게 달성했다.

새삼스럽게 4할 타율이 거론되는 것은 SK 돌풍의 주역인 이진영(23) 때문이다. 그는 26일 현재 타율이 0.404(141타수 57안타)에 달한다. 시즌초반이긴 하지만 페넌트레이스의 30%를 소화한 시점에서 아직 4할 타율을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 과연 팬들을 설레게 하는 4할의 꿈은 가능할까.

○20세기 최후의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

메이저리그에선 1941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가 마지막 4할타자(0.406). 그는 시즌 최종전에 나가지 않아도 0.3995(반올림해 0.400)로 4할 타자가 될 수 있었지만 “비겁하게 4할을 채우지는 않겠다”며 연속경기 출전을 고집, 8타수 6안타로 0.406을 기록해 ‘진정한 스포츠맨’이다. 지난해 7월 83세를 일기로 타계.


윌리엄스 이후 62년간 빅리그에서 4할 타자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안타기계’인 토니 그윈(전 샌디에이고)은 파업이 있던 94년 0.394까지 타율을 끌어올렸지만 끝내 4할의 벽을 뚫진 못했다. 메이저리그 초창기엔 4할 타율이 많았는데 특히 12차례나 타격왕에 오른 전설적인 타자 타이 콥은 디트로이트시절인 1911년과 1912년, 1922년 세 차례나 4할을 달성했다. 로저스 혼스비(세인트루이스) 역시 4할 타율을 세 번 기록.

일본 프로야구에선 외국인 선수인 랜디 바스(한신)가 86년 거둔 0.389가 최고이며 4할 타자는 없었다. ‘타격천재’인 스즈키 이치로 에게도 4할 타율은 꿈이었다.

○바늘구멍 뚫기 보다 어려운 기록

한국의 이종범은 해태시절인 94년 꿈의 타율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0.393에 그쳤다. ‘왼손의 달인’인 장효조 역시 불발.

가장 최근에 4할 타율에 도전했던 선수는 삼성의 김한수. 그는 팀동료인 이승엽이 54홈런 신기록을 세운 99시즌 이 대기록에 근접했었다. 시즌 시작 후 4개월이 지난 7월말까지도 4할타율을 유지한 것.

김한수는 “백감독님 기록에 도달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우긴다. 백인천 감독은 82년 250타수에 103안타를 때려 0.412를 기록했다. “99년 100안타를 칠 때까지 4할타율을 유지했으니 경기수가 적었던 프로원년이었으면 4할을 친 것 아니냐”는 주장.

99시즌을 타율 0.340(4위)으로 마감한 그는 “당시 기록에 대한 부담이 엄청났다. 하루에 5타석이면 안타를 2개씩 때려야 된다는 계산인데 이게 어디 보통일이냐. 1게임에 안타 한개 밖에 못 때렸으면 다음날은 3개를 쳐내야 4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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