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31살 신동주 “재기 지켜보라”

  • 입력 2003년 5월 16일 17시 54분


기아 신동주
기아 신동주
‘잊혀진 슬러거’ 신동주(31·기아)가 김성한 감독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신동주는 16일 현대전에서 만루포를 쏘아 올려 팀의 2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팀이 1-0으로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3회말 2사 만루. 신동주가 타자대기석에서 배팅연습을 하자 김성한 감독의 얼굴에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타율 0.260인 신동주의 타격이 못미더웠던 탓. 하지만 신동주는 상대선발 바워스의 141km짜리 직구를 통타,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만루홈런으로 감독의 ‘의심’까지 확실히 날려보냈다.

개인통산 8번째 만루홈런으로 김기태(SK)와 함께 프로야구 통산 최다 만루홈런 기록 소유자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었다.

신동주에게 이 싹쓸이 홈런은 의미가 크다. 현재 신동주는 팀에서 고정된 자리가 없다. 타순은 5번에서 7번을 오가고 수비위치도 좌,우익수를 넘나들며 지명타자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16일에도 7번타자에 지명타자로 출전했었다. 확실한 보직이 없다는 것은 팀내 입지가 그만큼 약하다는 얘기.

‘호타 준족’이 몰려있는 기아에서 신동주가 차지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5번. ‘야구천재’ 이종범-지난해 도루왕 김종국-타격왕 장성호-‘30(홈런)30(도루)’의 주인공 박재홍이 버티고 있는 1∼4번 타자자리에 그가 들어갈 틈은 없다.

5번 자리도 홍세완 김경언과 경쟁해야할 처지. 하지만 김종국 박재홍이 나란히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게 되자 신동주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신동주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91년 삼성 연습생으로 프로에 발을 들여놓은 신동주는 95년부터 1군 붙박이로 자리잡았다. 97년에는 타율 0.326(4위), 홈런 21개(10위), 장타력 0.581(5위) 등을 기록하며 이름을 떨쳤다.그러나 이후에는 하락세. 삼성에서나 2001년 기아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나 동료들에 밀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 탓.

신동주는 지난해 97년 이후 5시즌만에 3할 타율(0.311)에 오르며 스타 복귀를 꿈꿨다. 하지만 7월 상대투수 공에 맞아 왼쪽 새끼손가락이 골절돼 50일간 결장하는 바람에 꿈을 물거품으로 돌렸다. 지금도 부상 후유증으로 신동주는 왼손 새끼손가락을 반드시 펴고 타격을 한다.

신동주는 “동료들이 출루해줘서 나에게 (만루홈런을 칠) 기회가 왔다”고 겸손해하면서도 “올해는 어떻게 하든 규정타석을 채우고 타율을 전성기 때처럼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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