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닮은꼴 영혼'…인간과 동물은 영혼의 친구

  • 입력 2003년 5월 9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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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영혼’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유대를 다룬 책이다. 사람이 동물을 사랑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동물이 인간을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는지 가슴 뭉클하게 일깨워준다.사진제공 에피소드
‘닮은꼴 영혼’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유대를 다룬 책이다. 사람이 동물을 사랑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동물이 인간을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는지 가슴 뭉클하게 일깨워준다.사진제공 에피소드
◇닮은꼴 영혼/앨런 쇼엔 지음 이충호 옮김/328쪽 1만2000원 에피소드

히말라야의 불교왕국 부탄에 가면 동물탑 벽화를 흔히 볼 수 있다.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밑에 동물탑이 서있는데 새는 과일을 쪼고, 토끼는 땅에 똥을 누고, 원숭이는 똥을 퍼뜨리며, 코끼리는 코로 나무에 물을 뿌린다. 동물들이 나무에 거름을 넉넉히 주니 나무는 동물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과일을 맺어 모두를 먹여 살린다. 오래된 우화를 담은 이 벽화는 불교의 교리 중 하나인 ‘모든 존재는 서로 의존해 산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지구와 시간을 공유하는 존재들은 가깝게 연결돼 있다. 인간도 동물도 지구상에 있는 가족구성원 중 하나다. 예전부터 인간과 가장 친밀했던 동물은 바로 우리의 닮은꼴 영혼인 것이다. 그래서 동물을 돌보는 것은 우리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 강물처럼 흐르는 따뜻한 정과 영혼의 유대를 조명한다. 사람과 ‘동물친구’가 서로 사랑하고 돌봄으로써 소중한 ‘치유의 기적’을 만들어낸 이야기를 씨줄로, 한약 침술 지압 등 대체수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날줄로 촘촘히 엮어간다. 그러면서 인간보다 더 인간을 사랑하는 영혼의 친구가 동물이라는 깨달음을 전해준다.

저명한 미국의 수의사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물도 사람과 똑같은 배려와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동물의 행복에도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득한다. 동물은 인류에게 주어진 선물이자 경이로운 축복이기 때문이다.

동물은 식량을 제공하거나 믿음직한 동반자가 돼 주는 것 외에도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베풀어 왔다. 특히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춘 사람과 동물간의 유대는 아름답고 경이롭다.

자신도 죽을 병에 걸렸으면서 병든 주인을 돕기 위해 살아남으려고 애썼던 충견, 어려서 정신적 학대를 받았던 주인이 자신을 괴롭히는데도 곁을 떠나지 않고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 고양이, 암 선고를 받고 물에 빠져 자살하려던 사람이 구조될 때까지 지켜준 돌고래떼, 절벽에서 추락한 낯선 사람이 얼어 죽지 않게 도와준 개 등. 인간 사이에도 희귀할 법한 ‘동물의 휴먼스토리’들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덧붙여 대체의학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은 좀 더디게 읽혀도 풍부한 전문지식을 전해주고 동물과 유대 맺기, 동물의 치유를 돕는 방법 등은 실생활에 유용하다. 애완동물에게 과도하게 집착할 때 생기는 부정적 현상 등을 지적한 저자의 균형감각에도 믿음이 간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를 새롭게, 그리고 한결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중심이지만 세계의 중심은 아니다. 다른 존재들도 모두 소중한 생명체다. 따라서 모든 존재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똑같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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