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역사를 움직인 편지들'

  • 입력 2003년 5월 9일 17시 15분


◇역사를 움직인 편지들/프랭크 맥린 편저 김동연 옮김/231쪽 1만4500원 여강출판사

칭기즈칸과 그의 아들 오고타이칸에 이어 3대 황제의 자리에 오른 쿠유크카칸(모든 왕 중의 왕)에게 로마 교황 이노센트 4세가 편지를 보냈다. 그리스도교도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지 않으면 신의 노여움을 사서 사후에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쿠유크카칸은 답장을 보냈다.

“나는 영원한 하늘의 힘 아래서 모든 대국을 지배하는 전권을 가진 칸이다. …영원한 하늘의 힘으로 나에게는 해가 뜨는 곳부터 해가 지는 곳까지 모든 영토가 수여돼 있도다. …군주의 우두머리이며 전권을 갖춘 귀공은 짐에게 복종할 의사를 보이고 경의를 표하기 위해 와야 할 것이다. …귀공이 이에 따라 행동할 수 없다면 귀공의 신변에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하늘만이 알 뿐이다.” 교황을 위협하는 황제의 당당함과 오만함이 담겨 있다. 그런데 1246년 왕위에 올라 이 편지를 보냈던 쿠유크카칸은 1248년 병사하고 만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루이 14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에밀 졸라, 에이브러햄 링컨 등 역사상에서 잘 알려진 50인의 편지를 모아 수록했다. 쿠유크카칸의 편지처럼 외교적인 문서의 편지가 있는가 하면 잔다르크의 편지처럼 시민들에게 보내는 호소문 형식의 편지도 있다. 윈스턴 처칠이 총선에서 패한 심정을 전하는 사적인 편지도 있고 로렌조 데 메디치가 아들에게 보내는 조언의 편지도 있다.

역사상 주요 인물들의 편지인 만큼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은 짤막한 글 안에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편저자는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에 대한 소개와 관련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함께 정리해서 독자들이 편지가 쓰인 배경을 이해하며 세계사의 주요 순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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