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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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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0년 만에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제 3자회담이라는 새로운 대화 틀걸이를 마련함으로써 핵 위기 국면은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듯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아마도 3자회담을 시작으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오랜 대화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런 시점에 한반도문제 전문가 스코트 스나이더의 99년 저서(Negotiating on the Edge) 가 번역 출간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정전협정부터 시작된 북한과의 대화에서부터 추적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주요한 사례들을 광범위한 자료조사와 직간접 인터뷰를 통해 치밀하게 분석 정리해 주고 있다. 특히 북-미간 핵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중심으로 북한의 협상행태의 특징을 정리해줌으로써 협상 실무자들에게는 좋은 지침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관련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북한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단순히 정보의 제공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저자인 스나이더의 분석 자세에서 기인한다. 그는 북한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결코 드러나는 현상만을 놓고 평가하지 않는다. 1장에서 북한의 세계관과 형성과정을 언급하고 있는데, 북한만의 독특한 유교식 사회주의 문화 그리고 유격대식 사업방식의 특성을 깊은 이해의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해 “그냥 그들은 미쳤다”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한반도에 무력충돌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동아시아에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기본 인식의 바탕 위에서 그는 북한의 협상행태에서 나타나는 일관된 법칙성을 발견해 제시한다. 스나이더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란 “(협상장소에서 허세를 부리거나 고함을 지르는 것은) 자국의 무력함을 은폐하려는 수단이며, 실제로 열등한 처지를 감성적으로 알려주는 전술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협상에서의 유형은 강-약-강이 반복됨으로써 상대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확보하려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의 지적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언론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즉 모든 회담 첫날 발표되는 북한의 성명을 가지고 회담 전체를 전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오늘날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 태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즉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역 벼랑끝 전술’로 맞받아치고 있는 것은 북한의 협상행태를 충분히 분석하고 전술적으로 사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용된 연구자 및 관료 등의 이름이 일부 잘못 번역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진희관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책임연구원 chin21@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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