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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5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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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국번(曾國藩·1811∼1872)이란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중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야 그가 청나라 말 태평천국(1850∼1864)의 난을 진압한 인물이라는 정도를 알 수 있을까.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그는 내란과 외환이라는 큰 도전을 헤쳐나간 난세의 경륜가로 새롭게 재평가되며 각광을 받고 있다.
증국번이 활약했던 시절은 태평천국의 난으로 난징 등 중국 남부가 태평천국의 손에 들어가고 그 틈을 타 영불 연합군이 1860년 베이징을 함락시킨 시련의 시기였다. 이때 등장한 증국번은 전쟁 경험이 없는 유교선비였지만 민병을 모아 탁월한 전략과 용병술로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했고 서양 침입의 대응책으로 양무(洋務)운동을 창시해 사그라지던 청조의 불씨를 살려낸 인물이었다.
증국번은 사실상 중국 근대화의 흐름을 일궈냈다. 그가 태평천국의 진압군의 주력으로 조직한 상군(湘軍)은 근대적 군대의 효시였으며 그의 막부에는 한족 관료와 지식인인 신사 계급의 인재들이 대량 집결해 양무운동과 그 이후 근대화 추진의 전문인재로 자라났다.
대만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가장 숭배한 인물이었고 마오쩌둥(毛澤東)마저 대표적 농민혁명을 진압했다는 이유로 그를 비판하면서도 그의 지도자적 기량에는 존경심을 표했다.
중국이 개방된 지금 증국번이 다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뭘까. 공산화 이후 여러 방황을 마감하고 21세기 세계 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국가 파산의 위기를 극복한 국가 경영자로서의 위대한 지도력과 유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내적 수신(修身)에 성공한 전인적 인간상이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것이다.
이 책은 증국번 평전이 아니라 30권의 ‘증국번전집’과 중국 25사의 마지막인 청사고(淸史稿) 등 관련서적을 참고해 그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역사소설이 그렇듯 증국번을 너무 영웅화하는 측면이 짙다. 또 경학의 대가였던 그의 학술적 철학적 성과에는 소홀한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증국번을 쉽게 알고자 하는 일반독자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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