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기 투자전략]<2>외국인의 기업 인수합병

  • 입력 2003년 3월 3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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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의류를 생산 수출하는 영원무역은 2월 중순 이후 기업인수합병(M&A)설에 휩싸여 있다. 외국인이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3일 동안 이 회사 주식을 737만7820주나 순매수했기 때문. 외국인 지분은 14.46%포인트나 높아져 21.58%가 됐고 이 기간에 주가도 45.6%나 폭등했다.

영원무역은 2월 18일 “제3자에 피인수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이 회사 주식을 산 외국인이 홍콩에 몰려 있으며 최대주주인 성기학 회장의 지분 7.74%(3일 현재)를 훌쩍 넘었기 때문. 외국인들은 홍콩의 13개 계좌를 통해 정부당국에 신고를 피할 수 있는 5% 미만으로 사들이고 있다.

서울시스템은 2월 말 ‘한글과 컴퓨터’ 지분 3%(약 205만주)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전략적 제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M&A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인수 당시 주가를 감안할 때 비용은 약 15억원. 한컴이 ‘인터넷3인방’으로 불리며 주당 5만원대까지 올랐을 때엔 겨우 2만5400주를 살 수 있던 자금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M&A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증시 장기침체로 시가총액이 기업가치보다 낮은 기업이 속출,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M&A가 주목받는 이유=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현금성 자산가치보다 더 적은 ‘헐값’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운용본부장은 “1997년 유동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자산이 시가총액보다 큰 기업은 삼성공조뿐이었다”며 “기업 실적은 좋아지는데 주가는 오르지 않아 작년 말에는 이런 기업이 약 50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유자금이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매물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이면서 수익성이 좋은 기업을 알아봐 달라는 외국인이 많다”고 전했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시가총액 5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도 매수할 수 있다고 한다는 것.

▽어떤 기업이 대상인가=무엇보다 △자산가치(특히 현금성 자산)가 시가총액보다 높고 △대주주 지분이 낮으며 △수익성이 좋거나 유통망을 잘 갖춘 회사다.

동아제약은 대주주 지분이 11.05%로 낮은 데다 PBR가 0.77배에 불과해 국내 대형 제약사 가운데 가장 낮게 평가됐다. 유한양행도 PBR가 0.82배에 불과하고 대주주 지분이 적은 데다 튼튼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주목받는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애널리스트는 “약 10억원대에 살 수 있는 코스닥기업의 ‘인수후개발(A&D)’종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워버그핀커스 황성윤 한국대표도 “북한 핵문제 등 단기적 불안요인이 남아있지만 새 정부의 재벌개혁이 제대로 이뤄지면 중장기적으로는 유망하다”며 “현금 창출능력이 높고 주주중시 경영을 하는 기업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외국인이 주식을 대규모로 산 기업
기업지분변동신고일취득 후 지분(%)외국인 대주주지분 변동 후 주가 등락률(%)
한국콜마 1월2일18.129싱가포르개발은행-16.1
한미약품1월3일5.27타이거펀드-0.3
LG애드 1월3일5.58타이거펀드12.8
삼천리1월16일5.40노이버거 버먼펀드-6.8
금비1월17일5.075아리섹코리아-16.9
한국가스공사1월20일5.12캐피털7.1
대신증권1월27일6.35모건스탠리딘위터12.6
현대약품2월5일5.16바우포스트1.3
오뚜기2월3일6.27아리섹코리아-3.8
서울증권2월14일5.08베어링자산운용-2.3
부산은행2월21일5.04캐피털1.0
지분변동 후 주가 등락률은 2월 28일 종가대비. 자료:증권거래소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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