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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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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근무자들이 비상사태 대처 요령을 철저하게 숙지하고 있었더라도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종합사령실은 화재 발생 4분이나 지나서 보고를 받았고 이웃역에서 출발해 재난의 현장으로 다가가는 전동차를 알고도 방치했다. 즉시 보고를 받고 긴급 통제에 나섰더라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안타까움은 더 커진다.
승객들은 야광 표지판이 없는 암흑 속을 헤매다 하나 둘 질식해 쓰러져갔다. 승강장에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매연을 뽑아 올리는 공조시설도 작동하지 않았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650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이 긴급 재난에 이렇게 완전 무방비로 벌거벗겨져 있었던 셈이다.
내장재가 온통 화학섬유와 플라스틱이어서 객차 안에 불이 나자 유독가스로 가득 찬 불구덩이 컨테이너 박스로 바뀌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불연재를 쓰는데 국내에는 이런 특수재를 만드는 기업조차 없다고 하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할 확률이 극히 낮지만 항공사는 탑승 때마다 매번 구명조끼 착용법과 비상구 작동 요령을 설명해준다. 지하철 도입 30년이 넘었지만 비상시 수동 레버를 돌려 문을 여는 방법이나 소화기 이용에 관해 교육을 받은 일도 없고 눈여겨보지도 않았다.
고속성장이 최고의 미덕으로 찬양받는 문화에서 매사 속도에만 신경을 쓰고, 돈이 더 들고 더디더라도 세밀한 구석까지 안전을 챙기는 습관을 기를 기회가 없었다. 총체적인 안전불감증 사회이다. 다중이용 시설에 대한 안전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과 안전의식의 생활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비극적인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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