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훈/‘받아쓰기 언론’ 바라나

  • 입력 2003년 2월 18일 19시 51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은 18일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소식지인 ‘인수위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기자실 개방을 주제로 다룬 본보의 이 날짜 사설을 문제삼았다.

이 사설은 노 당선자측이 청와대 취재시스템을 일정기준 이상의 요건을 갖춘 언론에 전면개방하기로 한 정책에 대해 ‘열린 청와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우선 긍정 평가했다. 다만 하루 두 차례 정례 브리핑을 실시하는 대신 대통령비서실 방문 취재를 제한하기로 한 조치는 잘못 운영될 경우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기사만 전하라는 ‘무언의 보도지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브리핑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브리핑제의 폐해를 과대포장하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청와대 기자실 개방에 따라 3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취재진이 한꺼번에 비서실 취재에 나설 경우의 물리적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비서실 방문 취재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과잉 취재’에 따른 ‘청와대의 업무방해’를 걱정하는 노 당선자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비판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과 정부의 관계는 ‘숨겨진 정보’를 놓고 숙명적으로 밝혀내려는 쪽(언론)과 감추려는 쪽(정부)의 대립과 긴장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최대한 감추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느 취재원에게든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실제 취재원들이 오보(誤報)라고 주장하는 보도내용의 상당수는 불충분한 설명이나 취재거부 등 ‘높은 취재장벽’ 때문에 비롯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청와대 기자실 운영방향이 국정운영 전반에 관한 투명한 정보공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 구축을 전제로 하지 않을 경우 폐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이런 지적을 참고하려 하기보다 정면반박하고 나선 인수위측의 태도는 언론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수위측은 활동을 마감하면서 ‘오보백서’를 만들겠다고 한다. 혹시라도 사설의 지적대로 “알려주는 것만 쓰라”는 자세가 아니길 바란다.

김정훈 정치부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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