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종훈/‘정치검사 청산’ 검찰개혁 첫 발

  • 입력 2003년 2월 9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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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검찰개혁을 논했다.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라고 요구했고, 검찰개혁 없이는 나라개혁도 없다고 주장했다. 소장검사들에게 들고 일어서라고 선동도 해봤다. 그러나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쳤다. 검사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일이 일상화되고, 검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검찰은 검찰 욕보이기가 국가권력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강변하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의 정부 역시 과거 정권과 마찬가지로 검찰을 통치수단으로 악용했고, 검찰은 과거 정권에서 확대해온 기득권 유지를 위해 또다시 권력의 하수인 노릇하기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초단명(短命)의 법무부 장관이 속출했다. 오죽 믿을 사람이 없으면 한 사람을 두 번씩이나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겠는가.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측이 검찰개혁을 중요한 국정개혁 과제의 하나로 삼은 것은 당연하면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 수사권의 경찰 이양이나 공직자 비리 조사처의 신설, 한시적 특검제의 도입은 진정한 검찰개혁과는 거리가 있다. 그것은 국가 공권력의 적절한 분배 문제이거나 검찰개혁 수단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검찰개혁의 핵심과제는 권부 깊숙이 들어가 권력을 탐했던 검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과 비대해진 검찰 상부조직의 축소 정비에 있다.

우선 권위주의 시대의 공안검사를 비롯한 구시대 잔재세력과 이에 기반을 둔 검사는 용퇴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의 정부 5년이 지나기만을 학수고대하던 정치검사와 국민의 정부 동안 집권층에 기생해 결국은 검찰을 더 크게 욕보인 정치검사도 함께 퇴진해야 한다. 그것이 조직에 대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친일, 개발독재, 군부독재 등의 잔재세력의 퇴장에 노무현 정부의 출발점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은 그동안 개혁을 빌미로 위인설관(爲人設官) 식으로 조직을 확대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 검찰 조직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기형이다. 일선 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소속 검사가 심한 경우 2, 3명에 불과하고, 차관급 검사장이 지휘관인 대검찰청 강력부에는 1개의 강력과, 마약부에는 1개의 마약과만 두고 있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조속히 검사장급 고등검찰청 차장검사의 직급을 낮추고, 특수부 강력부 마약부 등을 통폐합해야 한다. 보직 해임된 고위직 검사에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라는 직책을 주고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력에 맞는 보직이 넉넉하지 못하다고 해서 외국여행이나 하라고 사실상 유급휴직을 허용해서도 안 된다. 해외주재 공관 등 다른 행정기관에 하는 일 없이 파견된 검사들도 소환해 일선에 복귀시켜야 한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이러한 검찰개혁 과제의 달성을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이 과거 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법무부 장관은 반드시 법조인이어야 한다거나 사법연수원 수료기수가 어떠해야 한다는 논리는 개혁 발목잡기이고 여론회피 수단에 불과하다.

‘검찰개혁 없이 나라개혁 없다’는 명제는 검찰의 막강한 권력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그만큼 검찰개혁의 중차대함과 시급성을 함의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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