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태훈/감정에 치우친 검찰

  • 입력 2003년 1월 30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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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兵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검찰 간부가 보인 감정적인 처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30일 오전 10시반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3차장실 앞 복도. 병풍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취재하기 위해 사진기자 등 취재진 20여명이 차장실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병풍 의혹과 관련된 각종 고소 고발 사건이 계류돼 있는 특수부를 지휘하는 신상규(申相圭) 서울지검 3차장으로부터 전날 약속된 수사 결과 발표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날 기자들은 검찰로부터 수사 결과 발표를 듣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유는 신 차장이 사진기자들의 사진 취재를 문제삼으며 수사결과 발표를 취소해 버렸기 때문.

해프닝의 발단은 수사 결과 발표 직전 화장실에서 나오던 신 차장을 일부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촬영하면서부터. 사진촬영이 시작되자 신 차장은 잠시 다른 복도로 피한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면서 취재진을 향해 “파파라치”라고 말하는 등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신 차장은 “허락도 없이 자신을 촬영했다”며 방문을 걸어 잠근 뒤 예정된 수사 결과 발표를 돌연 취소해 버렸다.

기자단이 “전날 약속한 발표를 사소한 이유로 취소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예정대로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을 요구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차장은 오후 2시경 기자실에 “예정되지 않았던 사진촬영을 해 순간적으로 화가 났었다”고 해명했지만 병풍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는 설 연휴 이후로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해 5월 김대업씨에 의해 제기된 병풍 의혹은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형 의혹 사건이었다. 이런 사건의 수사결과 발표가 검찰 간부 한사람의 심기 때문에 연기된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이날 돌연한 수사결과 발표 연기 소식을 전해들은 한 법조인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사결과 발표는 기자들과의 개인적인 약속이 아니라 국민들을 향해서 하는 공무인데 이를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우며 취소하다니….”

이태훈기자 사회2부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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