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風수사 유도 발언’ 관련 이해찬의원 주내 참고인 소환

  • 입력 2003년 1월 13일 06시 32분


서울지검 형사1부(한상대·韓相大 부장검사)는 이른바 ‘병풍(兵風) 수사 유도 발언’을 했던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의원에게 이번 주 중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을 통보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병풍 수사 유도 발언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 이번 주 안에 이 의원에게 소환 통보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의원을 상대로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아들 정연(正淵)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수사할 수 있도록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문제를 다뤄줄 것을 요청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경위를 통해 수사 유도 요청을 받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수사 유도를 요청한 사람에 대해 “검찰이나 군 관계자는 아니다”라고만 했을 뿐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특히 △정연씨의 병적기록표가 엉망이고 △1997년 대선 직전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가 있었고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이 변호사를 접견한 뒤 진술을 번복했다는 등 이 의원이 지난해 3월 전해 들었다는 주요 내용이 병풍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의 주장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점을 중시, 그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동안 이 의원의 사무실 전화와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입수해 정밀 분석 작업을 벌였으며 이 의원의 수사 유도 발언을 처음 들었던 신문기자 3명에 대해서도 당시 정황에 대한 서면조사를 마쳤다.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검찰이 김 전 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연씨 병역면제 관련 진술을 확보했지만 먼저 인지(認知) 수사를 하기 곤란하니 대정부 질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 달라’는 요청을 3월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같은 달 “서울지검 박영관(朴榮琯) 특수1부장이 이 의원에게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고 수사유도를 요청하는 사전 부정선거운동을 했다”며 박 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대업씨 “오늘 자진출두”

한편 서울지검 형사1부는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지명 수배된 김대업씨가 13일 오후 2시 검찰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변호인을 통해 전해왔다고 12일 밝혔다.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2001년 6월∼지난해 2월 사기혐의로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서울지검 특수1부의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하는 과정에 피의자들을 직접 신문하는 등 수사관 자격을 사칭했는지, 당시 수사 관계자들이 이를 묵인하거나 지시했는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한편 특수1부(박영관·朴榮琯 부장검사)도 김씨를 상대로 ‘병풍(兵風) 의혹’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검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김씨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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