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샤넬에게'

  • 입력 2003년 1월 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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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에게

우광훈 지음/200쪽/8000원/영림카디널

비디오 게임룸 ‘조이월드’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격투기 게임을 통해 인혁은 ‘샤넬’과 처음 만났다. 은희라는 이름보다 ‘샤넬’로 불리기를 원했던 그는 인혁에게 누드모델이 돼 줄 것을 제안한다.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세상이 절 유혹하니까요.”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것은 대상과 얼마나 깊은 내면적 공감을 이루었느냐 하는 거죠.”

사진을 매개로 이들은 점차 거리를 좁혀가고, 샤넬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상처, 그 비밀스러운 가족사를 털어놓는다. 시와 노래, 사진작업으로 서로 위무해 가던 이들에게 날아든 은희 어머니의 부음은 샤넬을 다시 깊은 무기력 속에 빠뜨리고…. 인혁과 샤넬은 각각 맞닥뜨린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함께 동해로 여행을 떠난다.

“전 이렇게 생각해요. ‘마치 슬픈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스토리가 자신에게 현실로 들이닥쳤을 때 인간은 가장 절망하게 될 것이다’라고. 그래요. 그 순간 닥쳐온 불행은 나약한 인간에게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하나의 잔인한 폭력이 되는 셈이죠.”

작가의 홈페이지를 엿본다. 지난 여름, 장정일과 나눈 대화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글, 그 중 한 대목이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 아닐까.

‘정일:(신세대 작가라는 말보다) 난 2류적인 감성을 가진 1류 작가군의 등장이라고 말하는 게 더 옳다고 생각해예. 컬트적이다 컬트적이다 하는데 그거 뭡니껴. 결국 2류라는 말 아닙니껴. 2류적인 정서를 담아 그럴듯하게 빚어놓은 뭐 그런 예술. 그러고 보니까 키치가 되는데….’

우광훈은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생활’로 1999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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