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206…몽달 귀신 (8)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57분


날이 밝기 전에 낙숫물 소리를 들었다.

“비가 오는갑다…”

“그렇네예…”

“안 잤더나…몸에 안 좋다”

“…강에 떨어졌나…”

남편의 말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수면의 가능성이 지워졌다. 맥박이 빨라지고 태아가 응어리처럼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이 집안에서 잠자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도련님뿐일 것이다. 왜 난데없이 밤을 주우러 간 것일까? 밤은 내가 좋아하는 거라서,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이 부근에 밤나무 숲이 있는 곳은 용두산 북쪽, 그곳은 벼랑에다 그 아래는 물도 깊은데…하지만, 소원이는 수영도 잘 하고…인혜의 뇌리에 하얀 여자 그림자가 되살아났다. 그건, 아가씨가 아니었어, 내가 정신이 없어서 잘못 본 거야, 아가씨는 꼭 돌아올 거야.

다녀왔습니다.

어서오이소.

돌아와, 제발 부탁이니까, 돌아와 줘. 하느님 이렇게 빕니다, 우리 아가씨가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

번개가 번쩍 빛나고 쾅하는 소리가 울렸다. 우레가 우르릉우르릉 소리를 끌고 다니며 바람을 몰아세우고, 그 손을 도끼처럼 내리찍었다. 쾅! 집 전체가 오그라들고 유리창이 덜컹덜컹 떨었다.

“찾으러 나가봐야겠다” 우철은 이불 끝을 들어올리고 윗몸을 일으켰다.

“당신, 조심 하이소”

인혜는 누운 채 저고리 고름을 매고 바지춤을 여미고 발목에 대님을 말아 묶는 남편을 지켜보았다.

“눈 좀 붙이고 쉬어라. 그리고 어머님 절대 밖으로 못나가게 하고, 강물이 불어서 위험하다”

남편이 건넌방에서 나가자 잠시 후 쏴∼쏴∼하고 지면을 때리는 빗소리가 들렸다. 인혜는 불안과 공포로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남편의 허리를 껴안고 아무 생각 않고 자고 싶었지만, 남편은 비바람 속으로 나가버렸다. 이 비바람 속 어딘가에 있을 여동생을 찾아서. 인혜는 두 손을 옆에 대고 조금씩 몸을 일으키고 경대 앞으로 기어갔다. 그리고는 어둠 속에서 머리를 올리고 비녀를 꽂았다. 정신차려, 너의 할일은 아침밥을 짓는 거야. 맛있는 아침밥을 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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