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판석/'반대한 사람도 중용' 지켜야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28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과제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 중의 하나는 국민통합일 것이다. 선거에서 나타난 지역, 이념, 계층, 세대간 갈등을 통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당선자는 “나를 반대했던 사람도 필요하다면 중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많은 국민들은 그 초심(初心)이 답답한 정치현장에 신선한 충격으로 구체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人事가 萬事´ 알면서도 실패▼

이번 선거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의 욕구가 크게 분출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국정에 많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는 대통령의 인사도 포함된다. 사실 전임 대통령들도 인사가 만사(萬事)가 되도록 하겠다고 취임 초기에 한결같이 약속한 바 있지만, 불행하게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당선자는 전임 대통령들의 약속이 지켜지지 못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 세 가지 차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제도나 조직 차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사 실패 이유 중의 하나는 대통령이 인사참모 조직을 활성화하지 않고 비선(秘線) 조직에 의존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인사담당 조직보다는 이른바 권력실세들이 인사에 개입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인사참모 조직이 인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외부 권력실세들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으므로 공직기강비서관 체제를 인사수석실 체제로 개편해 인사참모 기능과 인재발탁 절차를 쇄신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인사운영 차원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인재를 널리 구하지 못하고 자기 사람과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발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민주화가 이룩된 이 시점에서 충성심이나 각종 연고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 인재를 널리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능한 인재 확보에 실패하는 이유는 밖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내부적 연고에 연연하기 때문이다. 정치활동과 선거과정에서 지원해준 주변 인물들을 뿌리치기 쉬운 것은 결코 아니겠지만, 선거 공신(功臣)과 국정담당자를 구별해야 하는 인사원칙을 굳게 지켜야 한다. 국정은 전문성과 행정능력으로 하는 것이지 충성심과 의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열악한 인사기반과 문화적 환경도 문제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실적이나 전문성을 우선하지 않고 여전히 연고주의나 연공서열, 그리고 학벌을 중시하고 있다. 이제는 전문성이나 성과와 같은 인사기준을 중시하는 문화를 창도해나가야 한다. 그간 낙하산인사는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전문성과 행정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공신이라 하더라도 기관장이나 산하단체의 임원으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 낙하산인사가 빈번해지면 해당 기관의 경영실패나 비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다.

대통령당선자는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정치적 빚이 비교적 적어 다행이다. 정치적 빚이 없으므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밖으로 눈을 돌려 인재를 널리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인사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갖고 직무에 걸맞은 인재를 발탁하기를 바라며, 그러한 과정을 공식적인 인사참모 조직을 통해 추진하기를 바란다.

▼통합의 큰 정치 실천해야▼

인재가 필요하면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때 굳이 당선자가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찾을 필요가 없다. 비록 당선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분야에서 가장 적절한 전문가를 등용하는 선례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관련 분야의 조직체 등에 다양한 채널로 물색해보면 누가 전문가인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노 당선자가 진정으로 화합과 통합의 큰 정치를 구현해가기를 바란다. 그러한 화합과 통합의 기초는 공정하고 신뢰받는 인사 탕평책으로부터 시작된다. 많은 국민들은 국민통합에 대한 희망을 갖고 대통령당선자가 인사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 주시하고 있다.

김판석 연세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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