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사협조 안하면 사법방해죄'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10분


법무부가 마련한 형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 편의만을 고려한 나머지 인권을 유린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가장 심각한 것은 사법방해죄와 참고인의 강제구인 제도다.

참고인이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해 수사를 방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사법방해죄는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참고인을 겨냥한 것으로 검사 또는 경찰관이 사법방해죄를 근거로 참고인의 진술을 의도대로 몰고 갈 우려가 있다. 참고인이나 피의자가 거짓을 말하더라도 증거와 과학수사 기법에 의해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수사다. 참고인이나 피의자가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다면 굳이 수사가 필요 없지 않은가.

2회 이상 소환에 불응한 참고인을 강제로 구인하는 제도 역시 수사절차에서 인권보호를 후퇴시키는 제도이다. 범죄 피의자도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하물며 단순한 참고인을 자유 의사에 반해 강제로 구인해 사법방해죄를 들이대 피의자로 만드는 일이 가능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의 수사제도 아래서는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가서 죄인이 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체포 또는 구속 후 48시간 예외적으로 변호인 접견을 금지시킬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변호인의 도움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점에 변호인 접견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헌법 위반이다. 헌법 제12조 4항에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지닌다고 돼 있다. 48시간은 바로 헌법이 규정한 ‘즉시’에 포함되는 시점이다.

마약 조폭 피의자의 수사기관 구속기간을 현행 30일(경찰 10일, 검찰 20일)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것도 지나친 감이 있다. 조직범죄의 증거수집이 어려운 정황을 이해하더라도 재판 없이 6개월이나 구속 수사를 하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독소조항들이 어떻게 법 개정안에 포함되었는지 궁금하다. 공청회와 입법예고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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