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亞 내셔널 어젠다위 제안]이정민/행복선진국은 어떤가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54분


과연 지구촌에서 행복한 나라는 어떠한 나라들일까? 대부분이 소위 선진국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일랜드와 뉴질랜드, 그리고 네덜란드는 한국처럼 국토도 좁고 부존자원도 부족한 나라이면서도 국가경쟁력과 국민의 국가만족도가 함께 높다는 점에서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힌다.

아일랜드는 10년 전만 해도 유럽의 최빈국으로 꼽혔으나 세계화의 흐름 속에 9%대의 고속성장을 통해 오랫동안 종주국이었던 영국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가 됐다. 뉴질랜드는 과감한 정부개혁을 통한 국가서비스 증진과 세계 최고 수준인 복지정책으로 ‘지상낙원’을 대표하는 국가로 자리잡았다. 네덜란드는 노사정 합의의 원조격인 ‘폴더 모델’을 통한 정치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함께 구축해왔다.

유럽연합(EU)의 2001년도 회원국 여론조사에 의하면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의 평균 생활만족도와 행복지수가 85%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네덜란드 국민 중 93%가 만족하고 있거나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뉴질랜드 역시 1999년에 실시한 세계가치조사에서 국민 중 약 85%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첫째, 최소한 1인당 국민소득 1만3000∼1만5000달러 이상의 생활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000달러, 네덜란드는 2만4000달러, 그리고 뉴질랜드는 1만4000달러다.

둘째, 국가적 합의라는 사회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해 갈등과 분열이라는 정치적 비용부담을 최소화했다. 네덜란드는 82년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낸 뒤 이를 국가적 전통으로 계승해왔고 아일랜드 역시 3년마다 노사정 합의를 통해 근로자의 임금인상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다. 뉴질랜드도 8만여명이던 공무원 수를 절반으로 줄인 정부의 솔선수범 아래 국가개혁을 추진해왔다.

셋째, 이들 국가는 예외 없이 지구촌에서 가장 자유스러운 나라로 꼽힌다. 최근 미국의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의 세계화지수 조사에서 아일랜드는 1위, 네덜란드는 4위로 꼽혔다. 뉴질랜드도 84년 외환위기 속에 농업보조금을 완전 철폐하는 등 자유경쟁체제 도입의 선두에 서왔다.

넷째, 외부의 군사적 위협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국제테러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히 있으나 한반도와 같은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군사적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들 국가의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는다 해도 최소한 왜 행복한지를 보다 차분하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우리 국민도 이제 이들 국가를 능가할 정도로 행복한 국가를 꿈꿀 시기가 왔다.

이정민 연세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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