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2-이회창 후보 표정]“鄭,나라위한 결단 내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19일 부인 한인옥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효자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투표일인 19일 새벽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6시45분경 수행원 없이 국립묘지에 도착해 현충탑에 분향한 뒤 2분여 동안 묵념했다. 이후 방명록에 한자로 ‘조국(祖國) 2002년 12월19일 한나라당 이회창’이라고 서명했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으로 돌아온 이 후보는 오전 7시15분경 부인 한인옥(韓仁玉)씨와 함께 검은색 코트차림으로 옥인동 제일교회에 마련된 투표소로 향했다. 주민 50여명의 박수를 받으며 투표소에 도착한 이 후보는 주머니 속에서 부인과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함께 꺼내 제시한 뒤 투표용지를 받아 한표를 행사했다.

이 후보는 투표를 마친 뒤 “최선을 다했다. 이번 선거는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해 심판하는 의미와 함께 혼란과 불안의 시대가 아니라 안정과 희망의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여는 의미가 크다”며 “국민의 선택을 겸손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지지를 철회한 데 대해 “굉장히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아마 개인의 이해관계 차원을 떠나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정 대표를 치켜세웠다.

이 후보는 또 “유세일정이 빠듯해 피로감이 있지만 (기분이) 전체적으로 좋다”며 “이 나라가 흔들리지 않고 통합과 화해의 시대가 도래하는 계기가 되고 국민의 마음이 합쳐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충남 예산의 선영으로 이동해 10월 말 작고한 부친 이홍규(李弘圭)옹 묘소에 헌화하고 성묘했다. 이 후보는 선친 묘의 봉분이 무너진 곳을 직접 손으로 두드리기도 했다.

현장에는 종친회원과 마을주민 300여명이 나와 “이회창” “대통령”을 외치며 환영했다.

성묘를 마친 뒤 이 후보는 기차편으로 대전 대구 부산을 잇달아 방문해 각 시지부상황실 근무자들을 격려한 뒤 오후에 상경해 중앙당 상황실을 찾아 당직자들과 개표방송을 시청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승리 가능성 높다…끝까지 봐야"▼

한나라당은 19일 투표가 마감될 때까지 전국 각 시도의 투표율 및 선거진행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당직자와 사무처 직원들은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여 나름대로 투표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대부분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충남 예산 선영 참배와 대전 대구 부산시지부를 격려 방문하고 오후 6시경 당사로 돌아온 이 후보는 서청원(徐淸源) 대표,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10층 상황실에 마련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발표를 숨죽인 채 지켜봤다.

상황실 관계자들은 아침부터 16개 시도의 시간대별 투표율 현황을 게시판에 일일이 기록하며 투표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오후 들어 투표율 하락폭이 커지자 전국 시도지부에 전화를 걸어 당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으며 이 후보의 당선 축하를 위해 꽃다발과 축포, 샴페인을 준비하기도 했다.

국내 6개 방송사와 일본 NHK 등 외신기자들은 오전부터 카메라와 대규모 중계 장비를 당사에 설치하고 생방송 준비에 들어가는 등 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였다.

또 기자실에 일부 미확인 출구조사 내용이 소문으로 전해지면서 보도진과 당직자들이 확인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후보특보실과 여의도연구소는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당선자의 첫 연설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종 개표 결과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후보특보는 “선거는 대학입학시험과 같아 마지막 합격자 발표를 봐야 한다. 열어보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이원형(李源炯) 상황실 부실장은 선거전략회의에서 “노 후보가 오늘 오전 5시40분에 긴급기자회견을 한 것은 투표 당일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투표일 당일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나 특정 사안을 기자회견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