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25년만에 표준발음사전 펴낸 이현복교수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37분


60대 언어학자가 혼자 힘으로 6만여 국어 낱말의 발음과 강세 장단을 20여년에 걸쳐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서울대는 2월 정년 퇴임한 언어학과 이현복(李炫馥·65·사진) 명예교수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와 인명 지명 학술용어 전문용어 등의 발음을 정리한 ‘한국어 표준발음사전-발음·강세·리듬’을 펴냈다고 17일 밝혔다.

이 교수가 처음 국어 발음사전을 구상한 것은 60년대 말. 영국 런던대 음성학과에서 유학하면서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발음사전과 프랑스어 발음사전 등을 접하고부터였다. 국어도 정확한 발음과 강세 장단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마음먹은 것.

서울대에 부임한 이 교수는 77년 일본 도쿄대 교환교수 시절 일본어 발음사전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동서양 모든 국가가 말씨의 표준어화를 위해 발음사전을 냈는데 한국만 뒤져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 이때부터 이 교수는 본격적으로 국어 낱말의 발음과 강세 장단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수작업과 컴퓨터 작업을 거쳐 97년경 6만여 낱말의 정리를 일단 마쳤다.

그러나 다시 5년간 자신의 연구결과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수정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2월 퇴임한 뒤에도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 나와 사전 원고의 정밀화 작업에 몰두했고 결국 지난달 원고 수정 작업마저 끝낸 뒤 집필 25년만에 사전을 출판하게 됐다.

이 교수는 “발음 사전은 악보와 마찬가지로 발음뿐 아니라 장단 고저 리듬을 표시해야한다”며 “학자로서의 인생에서 큰 의미가 있는 이 사전이 우리말 표준화에 커다란 역할을 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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