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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13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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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퇴골두괴사증’에 걸린 것을 알고도 한국시리즈에서 뛰기 위해 수술을 미뤘던 김재현이 13일 수술대에 올랐다. 김재현은 이 부문 권위자로 알려진 경희의료원 유명철 교수 집도아래 2시간여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그가 받은 수술은 ‘고관절 표면 치환술’. 대퇴골두를 깎아내고 금속으로 된 컵을 관절면에 씌워 정상적인 관절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
유교수는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났다. 3개월 정도 재활과정을 마치면 내년 봄부터는 조금씩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의 유도대표선수도 똑같은 증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선수생활을 계속했다. 김재현도 내년시즌 후반기엔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재현은 열흘 뒤 퇴원해 통원치료와 재활훈련을 병행할 예정. 다만 왼쪽 고관절 외에 오른쪽 고관절도 초기 괴사증 증세를 보이고 있어 가족과 상의해 수술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오른쪽을 마저 수술하더라도 재활일정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전망.
김재현에게 증세가 시작된 것은 올 7월. 경기중 슬라이딩한 뒤 시름시름 엉치쪽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 김웅용씨(53)는 “가족들도 그런 병이 있는 건 전혀 몰랐다. 자꾸 아프다길래 7월 말 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찍고 나서야 병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부상을 참고 그라운드에 나선 김재현은 올시즌 타율 0.334에 16홈런 61타점을 기록하며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이날 김재현은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거절했다. 아버지 김씨는 “아들이 ‘팬들에게 병상에 누워있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에 꼭 다시 뛰겠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퇴골 두괴사증이란…
엉덩이 관절을 구성하는 대퇴골두에 혈액순환이 차단돼 뼈가 썩어들어가는 병이다. 경희의료원의 유명철교수는 “나무에 물을 주지 않으면 썩고 부서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과다한 알코올 섭취나 체력보완을 위한 호르몬제 과다복용, 검증안된 한약재 복용 등이 원인으로 서구와 달리 국내에 환자가 많다. 김재현은 콩팥에 염증이 생긴 신우염을 앓은 적이 있는데 이 병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