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외자유치 포기?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8시 45분


“생산비용도 싸고 시장도 넓은 중국으로 가겠다는데….”

국내 제조업 공동화(空洞化) 실태를 취재하면서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한국이 여러모로 중국보다 ‘경영환경 및 외자유치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 따른 무력감과 불만이 담겨 있었다.

물론 중국의 경쟁력은 상당하다. 평균 임금이 한국의 10% 미만인 업종이 대부분이고 복잡한 노사문제에 따른 고민도 별로 없다. 인구 13억명인 데다 고소득계층은 상당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매년 7∼8%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이 가진 매력과 장점도 많은데 우리가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부분은 없을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아직 중국과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경쟁적이라기보다 보완적인 측면이 크다고 분석한다. 산업연구원(KIET) 장윤종(張允鍾) 부원장은 “중국에서는 생산비가 낮고 시장이 커 완제품은 생산하지만 부품산업은 아직 취약하다”며 “한국은 생산기술과 인력이 우수하고 중국 완제품 공장과 가까워 외국기업의 핵심 부품산업을 유치하는 데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자동차 전자 등의 분야에서 중국보다 연관산업이 발달돼 있다. 이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집적도가 높은 산업은 경쟁력이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서 중국과의 분업관계를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면 공동화 문제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아일랜드는 ‘아일랜드〓통합 유럽시장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 결과 전자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외자유치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의 외국기업 유치에는 공무원들의 역할도 크다.

저장성(省) 닝보시(市)의 LG화학 공장은 닝보시 진하이구(區)가 만든 ‘경제개발특구’에 있다. 중국에는 중앙정부급에서 성 시 구급 등 다양한 단계에서 1만여개의 ‘개발구’가 있다.

제조업 공동화를 막으려면 국내외 기업이 모두 한국에서 기업활동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무력감’에만 빠질 수는 없다. 우리 경제가 지닌 잠재적 장점을 키우도록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구자룡기자 경제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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