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임수혁 돕기 경매’ 주인공 부산의‘보험王 야구狂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7시 42분


박찬호 글러브가 468만원에 팔렸을 때만 해도 그저 누군가가 샀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10일 마감된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의 임수혁 돕기 4차경매. 253만5000원에 팔린 김병현 올스타 유니폼의 임자는 또 그였다.

인터넷 아이디 ‘ingking’. 잉킹이라 읽어야 하나. 선수협 나진균 사무국장이 가르쳐준 그의 전화번호는 또 한번 독특했다. 끝의 네자리 숫자가 0365. 필히 무슨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다.

네덜란드의 생명보험회사인 ING베어링 부산지사에서 재정 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양영주씨(38·사진). 그러고 보니 이름도 임수혁의 부인인 김영주씨와 같다.

“ING의 왕(King)이란 뜻의 아이디입니다. 0365는 365일 고객을 위해 일하겠다는 뜻이죠.”

그의 말대로 양씨는 ING는 물론 나아가 국내에서 알아주는 보험왕. 5년간 다니던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99년 ING로 직종을 옮긴 그는 입사 6개월만에 재정 설계사의 ‘명예의 전당’으로 불리는 100만달러 원탁회의(MDRT)의 회원이 됐다.이듬해부터는 MDRT중에서도 최고의 자리인 왕중왕(TOT·연간 수수료 수입만 약 5억원 이상)에 올랐다.

체질상 술을 한잔도 못하고 골프도 못 치며 말 재주와 주변머리도 없다는 그가 이같은 고속 성장의 신화를 이룬 비결은 타고난 성실성과 남다른 고객 서비스 정신. 이런 맥락에서 양씨가 고액의 비용을 선뜻 지출한 이유도 설명이 된다.

“2000년 1월입니다. 롯데 선수단에 보험계약을 제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호주전지훈련 일정 때문에 취소됐습니다. 그러고 3개월후 임수혁선수가 사고를 당했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때 계약을 했더라면 최소 3억∼4억원에서 최대 10억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부산 출신으로 골수 야구팬인 양씨는 당시 ‘직무유기’를 했다는 자책감마저 들었다고 한다. 이러던 차에 마침 선수협이 자선경매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았다.

“사실 선수협의 경매 대금은 다 합해도 1억원이 안될 겁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임수혁선수를 도울 수 있고 좋아하는 선수의 물품도 소장할 수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2년전에도 박찬호의 불우이웃돕기 경매때 글러브와 스파이크, 사인공을 400만원이나 내고 ‘싹쓸이’했다는 양씨. 투자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20년후쯤 박찬호나 김병현 박물관이 생기면 무료 기증할 생각이다. 오히려 불순한 뜻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샀다”며 활짝 웃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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