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송진우 vs 황금장갑’ 지독한 악연 “끝”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7시 42분


11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2프로야구 골든글러브시상식에서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한화 송진우 선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11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2프로야구 골든글러브시상식에서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한화 송진우 선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송진우!”

선동렬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이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발표하는 순간에도 잔뜩 긴장해 있던 송진우의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그는 단상으로 올라가 선동렬 위원으로부터 황금색 글러브를 받아 쥐었다. 시상자가 마침 선동렬 위원이었다는 것은 묘한 인연. 송진우는 지난해까지 역대 개인통산 최다승(146승)의 주인공이었던 선 위원의 기록을 올 시즌에 깨고 162승으로 최다승 자리에 우뚝 섰다.

상기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다가선 송진우는 “조금 전에 마해영 선수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8년 걸렸다’고 했는데 전 14년이 걸렸습니다”라고 첫 소감을 밝혀 팬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이어 그는 “올해 수비하느라 어느 선수보다 마운드에서 자주 넘어졌다. 오늘 이 상은 그 열정과 땀에 대한 대가”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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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령(36세9개월25일)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송진우는 항상 변함없이 똑같은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늘 푸른 소나무’.

그의 아내 정해은씨(34)는 “옆에서 보면 절제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성실하고 분위기에 휩쓸리지도 않죠. 남편이지만 존경스러울 때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공의 위력, 주무기, 투구폼, 강한 승부욕…. 그는 데뷔해인 89년부터 올 시즌까지 14년간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변함이 없다.

그 흔한 부상도 없었다. 아니, 없었던 게 아니라 만들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일지 모른다. 송진우는 평소 “부상은 선수하기 나름”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남들보다 철저히 몸관리를 하고 더 세심히 신경을 쓴다면 부상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주어진 연습량을 충실히 소화하고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애착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야구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까. 억지로 운동하기보다는 이왕이면 즐겁게 하는 게 훨씬 낫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역대 최다승과 최다투구이닝(2250과 3분의 2이닝)의 ‘훈장’을 단 송진우가 10년 넘게 야구계의 최고투수 중 한 명으로 군림하면서 골든글러브나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는 건 아이러니컬한 일. 92년엔 사상 처음으로 다승왕(19승)과 구원왕(17세이브)을 동시석권했지만 투수 골든글러브를 17승을 따내며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염종석에게 내주었다.

“한해 반짝 하는 것보다 꾸준히 성적을 내니까 상하고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고 한 송진우는 올해 36세의 나이에 다승(18승)과 평균자책(2.99) 2위에 오르며 생애 최고의 영광을 안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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