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세상]장갑끼고 걷자

  • 입력 2002년 12월 1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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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야인시대(野人時代)’에서 지성, 야성, 부드러움을 갖춘 건달로 그려지고 있는 김두한은 실제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부드러운 면이 있기는 했다. 손이었다. 건달세계에서 김두한의 손은 작고 부드러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손을 콤플렉스로 여겼는지, 겨울이면 늘 가죽장갑을 끼고 다녔다.

야인시대에 나오는 건달들은 대부분 가죽장갑을 끼고 있다. 가죽장갑은 한때 남성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액세서리였지만 지금은 가죽장갑을 끼고 다니는 남성이 많이 줄었다. 출근길 행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예쁜 장갑을 손에 낀 채 활기차게 걷는 여성은 더러 있지만, 남성은 대부분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깨를 움츠린 채 걷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장갑을 끼면 팔이 자유로워져 ‘파워 워킹’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장갑이 옛 추억이 돼 버리면서 겨울 시민들의 걸음이 나약한 종종걸음으로 변했다.

최근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내복 입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필자는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장갑 끼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날씨에 장갑을 끼지 않으면 우선 운전할 때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핸들을 잡기 십상이어서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또 걸을 때 장갑을 끼지 않으면 자연히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어깨를 구부정하게 한 채 걷게 된다.

어떤 사람은 손이 시려도, 억지로라도 맨손을 흔들며 걸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한방에서는 겨울에 손이 차면 기(氣)의 흐름이 방해받는다고 설명한다. 특히 손에는 최근 암이 급증하고 있는 폐 및 대장과 관련 있는 경혈이 있는데 이 경혈을 따뜻하게 해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온종일 고개 숙여 컴퓨터와 씨름하는 직장인은 출퇴근 때 가슴을 편 채 등에 힘을 주고 팔을 힘차게 흔들며 걸으면 목 어깨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면 이런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리는 셈이다.

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면 빙판길 등에서 미끄러졌을 때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을 만나기 십상이다. 한의사들은 건달들이 주로 끼는 꽉 조이는 장갑보다는 약간 여유가 있고 보온과 통풍이 잘 되는 장갑을 끼는 것이 기의 흐름에 좋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은 장갑이라는 말만 들어도 따뜻함을 느낀다. 아이들의 옷소매마다 콧물 자국에 땟국물이 시꺼멓게 낀 것이 자연스럽던, 그 춥던 시절, 어머니가 짜준 벙어리 장갑은 사랑이 철철 끓는 난방장치였다. 연인에게 장갑을 선물받은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이 사랑의 선물이 건강을 보증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너무 적은 것 같다.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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