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85…전안례(奠雁禮) 7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8시 51분


홀재비가 퇴장하고 신랑 신부가 머쓱하게 시선을 나누자 두 사람의 친구들이 색종이를 뿌려대며 신명을 돋웠다.

여자들이 대례상을 살짝 물리고 식장을 정리하고는 친구들이 보낸 축하 선물, 경대, 반짇고리, 대야, 액자, 화분, 수저 등을 대례상에 죽 늘어놓자, 우철의 보통학교 동창생인 김진범이 축사를 읽기 위해 두루마리를 펼쳐 들었다.

“이우철, 마당이 환해지도록 귀엽고 복 많은 신부를 맞이해서 너는 정말 행복하겠다. 아이들 많이많이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라. 그렇다고 신부만 너무 사랑해서 육상 실력이 떨어졌다는 소리 듣지 않게, 운동에도 열심히 정진하거라. 축하한다.”

두루마리를 다시 말아 선물 위에 올려놓고 친구들 일동이 두 사람을 향해 인사를 하자 신랑은 큰방에 자리를 잡고, 신랑의 손님들은 사랑방에 들어가고, 신부는 작은방에서 잔치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마당은 친척과 동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여자들은 찾아온 손님을 위해 분주하게 국수, 떡, 쇠고기볶음, 편육, 삼치, 방어, 전 등을 상에 가득가득 차리고 있다. 식이 시작될 때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함진아비 기정이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시끌시끌하던 말소리가 자글자글한 웅성거림으로 바뀌고, 소용돌이치던 웃음소리가 쾌지나 칭칭 나네라 받는 소리에 빨려 들어갔다.

하늘에는 별도 총총

쾌지나 칭칭 나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쾌지나 칭칭 나네

이수 건너 백로 가자

쾌지나 칭칭 나네

시내 강변에 자갈도 많다

쾌지나 칭칭 나네

살림살이는 말도 많다

쾌지나 칭칭 나네

하늘에다 베틀을 놓고

쾌지나 칭칭 나네

잉어 잡아 북을 놓세

쾌지나 칭칭 나네

정월이라 대보름날

쾌지나 칭칭 나네

팔월이라 추석날은

쾌지나 칭칭 나네

세월은 흘러도 설움만 남네

쾌지나 칭칭 나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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