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선발기업이 시장 지배? '마켓 리더의 조건'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7시 49분


◇ 마켓 리더의 조건/제러드 J 텔리스, 피터 N. 골더 지음 최종옥 옮김/410쪽 1만5000원 시아출판사

경영자들의 오랜 믿음 중의 하나는 특정 산업을 개척한 선발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면도기 산업의 질레트, 복사기 산업의 제록스, 컴퓨터 산업의 IBM, 레이저 프린트 산업의 HP가 대표적인 예이다. 아무래도 선발 기업들은 미리 경험을 쌓을 수 있고, 특정 자원을 선점할 수 있으며, 고객 충성도 확보도 쉽기 때문에 후발 기업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통념과 상반되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마켓 리더들 중에는 선발 기업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앞서 언급한 기업들은 모두 해당 분야의 개척자들이 아니다.

게다가 저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 개척자의 실패율은 무려 64%에 달한다. 결국 산업을 개척하거나 시장에 빨리 진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속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경영자의 핵심 과제인 셈이다.

솔직히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한때 비디오 게임 시장을 지배했던 닌텐도와 세가는 소니에게 리더 자리를 내 주었다. 비누 시장의 아이보리와 다이얼은 도브에게, PC 시장의 애플과 컴팩은 델에게, 웹 브라우저 시장의 모자이크와 넷스케이프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게 리더 자리를 빼앗겼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기업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저자는 비전과 의지라는 두 가지 핵심 단어로 시장 지배력의 원천을 설명하고 있다.

우선 마켓 리더들은 대량 소비시장을 겨냥한 혁명적이고 고무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PC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던 70년대 중반 빌 게이츠는 모든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를 설치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PC 시장을 겨냥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다. 사실 그들보다 먼저 컴퓨터 시장에 진출한 그 어느 기업도 이 같은 비전을 가진 적이 없었다. 개척자와 초기시장 진입자들이 고가의 틈새 시장에 매달릴 때 리더들은 품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통해 대량 소비시장을 공략하였다.

둘째, 리더들은 이러한 혁명적인 비전을 실현시키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의지에는 끈기, 부단한 혁신, 헌신, 자산 레버리지라는 4가지 요소가 포함된다.

예컨대 면도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질레트는 지속적인 혁신으로 유명하다. 질레트는 거의 10년 주기로 새로운 면도기와 면도날을 선보임으로써 자사의 오래된 제품을 스스로 시장에서 몰아냈다. 마이크로프로세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텔도 매년 새로운 세대의 반도체 칩을 출시해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있다. 소니는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비디오 녹화기 개발에 20년간 매달릴 정도로 끈기를 가진 기업으로 유명하다.

내년도 사업계획에 고민하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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