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김대업 수사관' 배후 밝혀라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8시 29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장남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씨가 수사관 행세를 하며 피의자를 신문한 혐의가 확인됐다고 한다. 징역형을 받아 수감 중인 죄수가 검찰청에서 버젓이 수사관 행세를 한다는 것을 어떻게 법치국가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단 말인가. 고문치사와 물고문에 이어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병역비리 수사과정에서 엽기적인 자격사칭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으니 대한민국 검찰은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현재로서는 김씨가 수사관 행세를 한 것이 검찰의 지시 또는 묵인 때문인지, 검사나 수사관의 눈을 피해 스스로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병역비리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지검 특수1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검찰이 김씨를 수배한 것으로 미루어 이미 범죄의 실체는 어느 정도 드러난 것 같다.

특히 검찰 관계자가 김씨의 자격사칭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대통령후보가 관련된 수사에서 ‘대어’를 낚기 위해 죄수를 수사관으로 ‘고용’한 정치적 배경까지 파헤쳐야 한다. 자격사칭을 지시한 검찰 관계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은 물론 그 배후까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검찰은 고문치사 사건으로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경질된 뒤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검찰이 변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김대업 수사관’의 전모를 속히 파헤쳐야 한다. 법을 세워야 할 검찰이 스스로 법을 허문 잘못을 바로잡는 것보다 시급한 일은 없다.

마침 어제 열린 전국 지검장 지청장 회의에서 심상명 법무장관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낡은 수사방식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모든 수사과정마다 정해진 적법절차를 우직스러울 정도로 철저히 준수하자”고 강조했다. 김씨의 수사관 행세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과감히 떨쳐버려야 할 낡은 수사방식이다. 또다시 제 살을 도려내야 할지도 모를 의혹에 직면한 검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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