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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2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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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재학시절 기독 학생회 총무를 하면서 당시 윤리교사였던 김형석 선생(현 연세대 명예교수)과 인연을 맺은 그는 월드비전 회장 취임도 선생님의 설득에 못 이긴 것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월드비전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단체인가요.
“한국전 직후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와 한경직 목사가 만든 단체입니다. 밥 선교사가 찍은 전쟁 사진들이 미국에 공개되면서 한국을 돕자는 국제여론이 비등해졌고 50년 9월 한국사무실까지 만든 거죠. 지금은 전 세계 94개국에서 17개 나라를 후원하고 있고 아이들 결연을 도와주는 사업장만 100여개가 넘습니다. 직원도 1만 4000여명에 이르지요.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국제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월드비전은 현재 전 세계 180만∼200만명의 아이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부자는 많은데 기부 문화가 정착돼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돈 있는 사람보다 돈 없는 사람들이 남을 더 잘 돕는 것 같아요. 1000원 1만원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돈을 수년 수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도와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빵 모양의 저금통(사랑의 빵)을 만들어 전국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에게 모금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모아지는 동전이 한해 25억원입니다. 해외 어린이들을 돕는 국내 회원들만도 9000여명에 달합니다.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지요.”
얼마 전에는 베트남 아이 6명이 심장병 수술할 돈이 없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더니 경남 김해에 사는 아주머니가 흔쾌히 400만원의 ‘거금’을 보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자신의 딸이 더 이상 가망이 없자, 주위 친구들이 모아준 돈을 보내주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얼마나 신신당부를 하시던지 눈물이 다 납디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이 사회가 그래도 건강하게 유지되는거 아니겠습니까.” -평생을 한결같이 신앙의 뜻에 따라 일을 해 오셨는데 (믿음에 대한) 의심은 없으셨나요.
“왜요, 매일 매일 의심이지요. 하지만 나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서로 끌어주고 붙잡아 주고 하면서 힘을 받습니다. 그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기관에서 일했지만 특히 월드비전 젊은 식구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저는 깊은 감화를 받았습니다.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불철주야 남을 위해 노력봉사하는 그들을 보면서 새삼 신심의 힘에 대해, 신앙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있으시면 함께 나누고 싶네요.
“고린도 후서와 히브리서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보이는 것도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 꿈과 비전, 즉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내실이 생깁니다. 자꾸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면 내실이 약해집니다.”
-퇴임후 계획은 세우셨나요.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에 경비원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나이가 많아서 받아줄 지 걱정이에요. 하하하. 저의 경험을 살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월드비전 후원문의는 02-783-5161(내선 501)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