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니들이 딱정벌레를 알아? '딱정벌레의 세계'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7시 22분


◇ 딱정벌레의 세계/아서 에번스 외 지음 윤소영 옮김/208쪽 2만원 까치

장수하늘소〓자, 자리에들 앉으(?)세요. 오늘 이렇게 대표들을 모신 이유는, 요즘 인간들이 자기가 지구의 지배자인줄로 착각하고 있어서, 지구의 진짜 주인인 우리 딱정벌레들이 그들에게 실상을 일깨워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입니다.

꽃무지〓그 인간이란 게 몇 종(種)이나 되는데요?

바이올린벌레〓단 한 종이래. 우리는 35만종인데.

일동〓푸하하.

쌀바구미〓그중 절반은 우리 바구미지. 바구미 종류만 다 세어도 지구상에 알려진 생물종 전체의 10분의 1인데.

장수하늘소〓한 분이 안보이네. 나노셀라 펑기님 어디 계세요?

사슴벌레(오돈톨라비스 페몰라리스)/ 바이올린 벌레(모르몰리케 필로데스)/하늘소(마크로돈티아 케르비코르니스)

비단벌레〓제 더듬이 끝에 앉아 계십니다. 키가 0.35㎜밖에 안되니까, 제가 말씀을 듣고 대신 전해드리려고 올려드렸어요.

장수하늘소〓알겠습니다. 그리고 덥거나 추운 분 계시면 말씀하세요.

사슴벌레〓우리 딱정벌레가 어디 추위와 더위를 타나? 극지방이나 적도에서 온 분도 있지만, 우리는 단단한 딱지날개 안에 공기를 가두어두니까 끄떡도 없지 않아요?

거저리〓그런데 듣고 보니 인간들 참 고마움을 모르네. 찰스 다윈이란 인간이 왜 진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다 우리 딱정벌레를 수집하다 그렇게 된 거 아닌가? 얼마전만 해도 ‘딱정벌레들(Beetles)’이라는 가수들도 있더구먼.

수시렁이〓정말 고마움을 몰라. 우리도 얼마나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데! 죽은 동물의 뼈에서 살점을 깨끗이 발라내니까, 전 세계의 박물관에서 우리를 데려다가 골격 표본을 깨끗이 만든단 말이오.

딱정벌레(유므노스루케리)/ 바구미(에우폴루스 벤네티)/ 큰장수풍뎅이(칼코소마 카우카수스)

왕쇠똥구리〓옛날에는 인간들도 예의가 있었어. 고대 이집트 인간들은, 우리 왕쇠똥구리가 태양신의 상징이라고 생각했거든.

장수풍뎅이〓알겠는데, 회의 올 때는 목욕하고 향수 좀 뿌리쇼. 그런데 왜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했대요?

왕쇠똥구리〓우리가 소의 응가 덩어리를 땅에 묻으면, 이듬해 수많은 우리 새끼들이 땅 위에 나오거든. 우리가 응가를 굴리듯 태양신이 하늘의 태양을 굴리고, 우리가 응가를 묻듯이 태양이 지고 다시 뜨면서 생명이 번성하는 거지.

플루시오티스 글로리오사〓잠깐, 제가 여기 참석한 이유는 여러분의 오해를 풀어드리려는 뜻에서입니다. 이 책 좀 보세요. 인간들이 이렇게 우리 모습을 사진 찍어서 책을 냈군요. 다들 얼마나 예쁘게 나왔는지 몰라요. 물론 우리 플루시오티스들이 제일 예쁘지만.

반딧불이〓잠깐, 불 좀 밝히고, 어디 봅시다. 진짜네. 화낼 필요가 없구먼. 우리 역사와 음식 주거문화 등도 잘 소개했네.

장수하늘소〓그럼 책을 죽 돌려 보시고, 30분간 정회한 뒤 계속하겠습니다. 땅땅땅.

프세우도미아그루스 와테르호우세이〓아이고 지루했다. 김노폴루스, 잘 있었나. 왜 등에 마당을 지고 다니는 거요?

김노폴루스〓새들이 내 등에 자라는 풀과 벌레를 보고 ‘땅인가 보다’ 하고 그냥 가거든.

프세…〓거 재미있네. 아 프삼모데스형. 그쪽 이름도 나처럼 프자로 시작하니 종씨같은데 물좀 갖다주면 안될까?

프삼모데스〓직접 갖다 들지 그러우?

프세…〓내 수염 좀 봐, 한쪽이 몸길이의 세배 아니오. 옆에서들 비켜줘야 내가 나가지.

프삼모데스〓수염보다 그쪽 이름이 더 긴걸!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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