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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0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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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종전 1000만원이던 청약신청금을 2000만원으로 높였다. 3개월간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청약할 수 있는 물량도 아파트 1가구, 오피스텔 1실씩으로 제한했다. 청약접수 창구도 인근 은행까지로 넓혔다. 하지만 몰려드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13일 청약을 마감한 롯데캐슬에는 10만여명이 모여 경쟁률 300 대 1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겼다. 쌓인 청약금만 1조원에 달했다. 웬만한 자치단체 1년 예산에 맞먹는다.
이런 모습들은 최근 분양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주상복합아파트의 열기가 이처럼 뜨거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짧은 기간에 수천만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고수익 상품이기 때문. 롯데캐슬을 예로 들어 보자. 주상복합아파트의 열기에 불을 지핀 대치동 삼성타워팰리스2차의 평당 분양가는 1100만∼1300만원. 10월 말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의 현재 평당가는 2000만원이다.
타워팰리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롯데캐슬에도 이런 기대심리가 작용했다. 분양가는 1000여만원을 웃돌지만 롯데캐슬에 모여든 사람들은 입지조건과 환경이 뒤지지 않는 롯데캐슬도 타워팰리스와 맞먹는 웃돈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평당 100만원만 오른다고 해도 50평형 아파트에 당첨됐다면 1주일 만에 청약금 1000만원으로 5000만원을 건지는 셈이다. 경쟁률이 300 대 1이니 웬만한 복권보다 남는 장사다. 설사 당첨이 안 돼도 청약금은 모두 되돌려받기 때문에 결국 복권 한 장 값도 안 든다.
돈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원리다. 하지만 지나친 청약 열기는 너무 많은 국민이 한몫잡기에 들떠 ‘떴다방’ 대열에 합류한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느낌을 갖게 한다. 착실하게 모아 목돈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시대에 뒤진 듯이 여겨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