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민감사청구, 이래서 필요하다

  • 입력 2002년 11월 19일 18시 29분


경기 하남시가 택지개발을 하면서 특정업체에 막대한 특혜를 준 사실이 주민들의 감사청구로 밝혀진 것은 각종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지방자치제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하남시가 보인 행태는 지자체 비리의 전형이다. 하남시는 택지개발을 위한 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하면서 이미 자본금을 확보해 민간출자자 참여가 불필요한데도 특정 개발업자를 자본금 출자 명목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시가 택지개발비 전액을 부담하면서도 개발에 따른 예상수익금의 49%를 개발업자에게 배당했다. 그 돈이 무려 161억8000만원이다.

더구나 이 민간개발업자는 택지개발사업의 우선 투자사업비를 조달, 알선하기로 한 당초 협약조차 지키지 않았다. 결국 이 민간업자는 주민감사청구가 없었더라면 공사 자본금 출자액(29억4000만원)의 5배가 넘는 거액을 가만히 앉아서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하남시와 민간업자간 유착 비리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지자체의 비리 부패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 정부 아래서 활동했던 민선 2기(1998년 7월∼2002년 6월) 지자체장의 경우 5명에 1명꼴로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에는 전 경기 안산시장이 시장 직위를 이용해 120억원대의 땅투기를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문제는 지자체 비리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턱없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자치단체를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의 전반적 수준은 아직 높지 않다는 평가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결탁의 소지도 지적되고 있다. 지자체 비리의 구조적 요인으로 거론되는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 여부는 현 대선후보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그렇다면 우선은 해당 주민이 지자체 감시에 능동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하남시 주민이 이번에 보여준 감사청구의 성과는 그 값진 결실이다. 이번 기회에 문제 있는 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도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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