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4개국 축구대회 참가한 시각장애인 오용균씨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56분


캄캄한 어둠 속. ‘짤랑짤랑’ 공 안에서 나오는 방울소리에 발을 가져다 댄다. 슛! 골∼인.

앞을 보지 못한다고 세상까지 못 보는 것은 아니다. 한국시각장애인축구대표팀의 오용균(吳鎔均·32·사진)씨는 축구를 통해서 세상을 본다. 9일부터 서울 송파구 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4개국 국제축구대회에 참가한 그는 처음 만난 외국선수들과 함께 땀흘리며 살아있다는 기쁨을 느낀다.

“축구를 한 뒤부터 삶이 달라졌습니다. 뭐든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보지 못한다는 것은 이제 제게는 큰 장애가 아닙니다.”

오씨는 3세 때부터 앓은 녹내장으로 10세 때 시력을 모두 잃은 뒤 어둠 속에서 살아왔다. 그에게 축구가 다가온 것은 2000년 여름. 시각장애인축구를 활성화시키려는 홍종태(洪鍾泰·39) 현 대표팀 감독의 권유를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축구는 그에게 ‘상상 속의 스포츠’일 뿐이었다. 펠레와 지네딘 지단 등 세계적인 선수 이름을 알고는 있었지만 축구를 직접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가로 세로 18×38m의 넓은 공간에서 5명씩 팀을 나눠 펼치는 시각장애인축구는 그에겐 새로운 도전. 눈 대신 귀에 모든 감각을 의존해 소리나는 공을 쫓아다니다 보니 어둠 속에서도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5분도 버티기 힘들었다. 실명한 뒤 거의 뛴 일이 없었기 때문에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던 것. 그러나 가슴이 터질 듯 뛰고 난 뒤의 상쾌함은 처음 느껴본 ‘다른 세계의 맛’이었다. 골을 넣었을 때의 기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젠 하루 4시간을 뛰어도 거뜬하다.

“축구는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펠레나 지단 같이는 될 수 없겠지만 축구를 하면서 그들이 무엇을 느끼는 지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오씨의 등번호도 지단과 같은 10번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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