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기업]오라클 전세계 42000여명 사원 네트워크화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7시 40분


사진제공 한국오라클
사진제공 한국오라클
“내 책상이 어디 있지?”

한국오라클 신입 사원들은 출근 첫날부터 회사로부터 ‘버림’ 받는 쓴 경험을 한다. 사무실에 컴퓨터나 전화 등 기본 비품은 물론 책상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처음부터 모든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사무실 내 공용컴퓨터를 이용해 싱가포르에 있는 오라클 아시아태평양 본사와 온라인으로 연락,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각종 물품 수령에 필요한 티켓을 전송 받아야 비로소 제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한국오라클에는 직원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총무부가 따로 없다. 대신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본사가 전 세계 150개국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센터를 본사 단일 시스템으로 전환, ‘일일 결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전 세계 4만2000여명의 사원이 매일 자신의 활동내용과 요구 사항을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보고하면 본사 경영진이 이를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세계 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른바 전사(全社) 차원의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윤문석 한국오라클 사장은 “이게 바로 오라클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고객사에 완벽한 ‘e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오라클 스스로가 각종 솔루션을 먼저 도입해 쓰면서 검증 절차를 거친다는 것. 회사 자체를 ‘e비즈니스 모델하우스’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e비즈니스 솔루션이란 고객관계관리(CRM·판매 마케팅부문), 전사적자원관리(ERP·재무 인사 제조부문), 공급망관리(SCM·구매 조달부문) 등 기업의 사업 단위별 업무를 온라인 상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관리하기 위해 구축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한국오라클이 사원들을 방치하듯 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처음부터 사원 각자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정관념을 없애야 올바른 업무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사원들이 ‘글로벌 온라인 미팅’을 통해 세계 각 지사에 있는 전문가들과 자신의 업무 관련 고민을 논의하는 모습도 이제는 흔한 풍경이 됐다.

이 같은 도전정신에 힘입어 한국오라클은 89년 한국에 문을 연 후 굵직굵직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e비즈니스 솔루션을 잇따라 구축하며 15년간 한번도 관련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지난 해에는 세계 최대의 ERP 프로젝트였던 포스코 통합 ERP를 구축했다. 현재 국내 6000여 업체들이 이 회사의 데이타베이스 제품을 쓰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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