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中-日, 박영훈앞에 ‘秋風落葉’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7시 40분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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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기사실에서 한때 이런 농담이 오간 적이 있다.

“이창호 9단을 꺾을 수 있는 필승 카드는 ‘초반 조한승 5단, 중반 이세돌 3단, 종반 박영훈 3단’이다.”

그만큼 박 3단의 종반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단순히 끝내기를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번 승기를 잡으면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얘기다.

22∼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라운드는 ‘종반 박영훈’의 진가를 보여준 무대였다.

그는 이번 라운드에서 최근 중국리그에서 이창호 9단을 누른 구리(古力) 7단, 일본과 중국의 1인자인 왕리청(王立誠) 9단과 창하오(常昊) 9단, 일본의 최강 신예로 꼽히는 장쉬(張1) 7단 등을 차례로 물리쳤다.

4판 모두 역전승이었다. 특히 장쉬 7단과 벌인 4차전에선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짜릿한 반집승을 거뒀다. 최근 세계 바둑대회에서 승승장구했던 중국팀은 박 3단의 기세를 꺾기 위해 마지막 주자로 아껴뒀던 창 9단을 조기 출전시켰지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대회 개막전 한국팀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는 평을 들었다.

중국은 창 9단을 위시해 뤄시허(羅洗河) 8단, 구리(古力) 후야오위(胡耀宇) 쿵제(孔杰) 7단 등 최근 성적이 가장 좋은 신예로 팀을 구성됐다.

만약 중국이 우승한다면 세계바둑의 주도권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해 대회에서 1승 밖에 거두지 못한 일본도 왕리청,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가토 마사오(加藤正夫) 9단 등 메이저 타이틀 보유자와 고세이(碁聖)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9단, 신예 장쉬 7단 등 ‘드림팀’을 출전시켰다.

이창호 조훈현 9단, 김승준 윤현석 7단, 박영훈 3단으로 구성된 한국팀은 유창혁 9단과 이세돌 3단이 국내 예선에서 탈락해 예년보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박 3단의 대활약이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그의 활약으로 한국팀은 다섯 선수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일본과 중국은 3명씩만 남은 상태다. 그 덕분에 한국의 4회 연속 우승 전망도 밝아졌다.

박 3단은 3연승 보너스 1000만원과 이후 1승을 올릴 때마다 추가되는 1000만원의 보너스 등 4000만원을 챙겼다. 그는 “대회전 목표로 세웠던 4연승을 달성해 기쁘다”고 말했다.

조훈현 9단이 대회 전야제에서 ‘박 3단이 10연승으로 대회를 끝낼 것’이라고 한 농담이 과연 현실이 될지 주목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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