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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25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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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정신차려! 늑대가 문앞에 와 있다구.
마을사람:또 그 얘기야? 이제 그만해 둬. 들을 만큼 들었다구. 지구상의 화석연료는 유한한데도, 우리는 마냥 흥청망청이다, 이거지.
양:그렇지만 지금은 진짜 늑대란 말야!
마:알아, 안다구. 언젠간 석유가 바닥날 거야. 하지만 지금도 어디선가는 유전을 발견하고 있지 않나. 석유값이 올라가면 버려둔 유전에서도 마저 기름을 퍼낼 게 아닌가. 그러니 하루아침에 석유가 바닥날 리가 있어? 그 전에, 우리는 대체 에너지를 찾아낼 거야.
양:대체 에너지 같은 건 아직 먼 훗날 얘기일세. 당장 빠르면 내년, 늦어도 2008년부터는 세계 석유 생산량이 감소세로 돌아선단 말야. 수요는 증가하고, 생산은 줄고. 엄청난 경제 충격이 올 수 있단 말이네.
마: 도대체 어떻게 해서 2003년에서 8년 사이에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오나?
양:이 책의 원제가 ‘Hubbert’s Peak’일세. 지질학자 M 킹 허버트의 이름을 들어 보았나?
마:….

양:허버트는 1956년 ‘1970년대 초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이를 것이다’라고 예언한 사람이야. 다들 코웃음을 쳤지. 그렇지만 그의 예언은 맞았어.
마:그러니까, 그의 예언을 ‘세계 석유 생산량’에 대입하면 2003∼2008년 최고에 이른 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양:바로 그거야!
마:그런데 허버트는 어떻게 그런 예언을 할 수 있었지?
양:자원은 유한한데 계속 퍼낸다, 그런 경우 똑같은 양을 매년 생산하다 딱 멈추는 게 아니란 말야. 그래프로 나타내면 좌우대칭의 서양 종(鐘)모양 곡선을 그리게 마련이지.
마:수학시간의 ‘통계’ 단원에 나오는 그런 곡선 말인가?
양:그렇지. 이른바 로지스틱 곡선 또는 가우스 곡선인데, 허버트는 미국 전체 석유 매장량의 추정치와 56년 당시까지의 실제 생산량 통계를 이 곡선에 대입했어.
마: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유전이 계속 발견되고 있지 않나?
양:이미 지질학적으로는 결론이 났네. 전체 매장량을 일거에 늘려줄 ‘구세주 유전’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야.
마:도대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양:미국 프린스턴대의 석유지질학 명예교수야. 평생 석유기술자로 현업에 종사한 인물이지.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인용된 과학전문지 등의 서평을 보면, 석유산업의 추이를 가장 잘 예언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 평가가 일치하네.
마:이 책의 주장대로, 최악의 에너지 위기가 실제로 닥치고 있다면,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과 다국적 석유기업이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양:자네, 요즘 중동의 불안한 기류가, 석유자원의 확보전략과도 관련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았나?
마:응? 어…?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