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대업씨 처벌' 갈등…수사결과 23일발표 어려울수도

  • 입력 2002년 10월 21일 18시 31분


검찰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면제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대검과 서울지검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 일선 수사팀은 ‘김대업(金大業)씨가 신빙성이 없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형사처벌을 통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는 것.

이에 따라 수사팀은 지휘부에 김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이 후보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무혐의 처분하고 거꾸로 이 후보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김씨를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팀을 지휘하는 중간간부 등 검찰 일부 간부는 ‘김씨가 의혹을 입증할 증거라며 제출한 녹음테이프와 관련,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를 직접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씨가 제기한 의혹이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 검찰, 정치권 눈치보나

김씨는 테이프에 김도술씨가 병역면제 과정에 개입했다고 시인한 진술이 녹음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해외에 체류하면서 귀국을 거부하고 있는 김도술씨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리고 한나라당과 김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의 유무 및 김씨 형사처벌 문제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 중간 간부의 주장이라는 것.

그러나 일선 수사팀은 ‘테이프 감정결과 △테이프의 음성이 김도술씨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는 데다 △테이프가 인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 등에 비춰 김도술씨는 더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참고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특히 수사 결과 김씨가 제기한 병역면제 은폐 대책회의 및 정연씨 병적기록표 조작 의혹이 모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점에 비춰 테이프에 담긴 목소리가 김도술씨의 것이라는 김씨의 주장 역시 믿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수사 결론의 방향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가 심각한 내홍(內訌)을 겪음에 따라 당초 23일경으로 예정됐던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김진환(金振煥) 서울지검장과 서울지검 정현태(鄭現太) 3차장, 박영관(朴榮琯) 특수1부장, 수사팀 검사 전원은 21일 오후 서울지검장실에 모여 수사 결론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며 장시간 토론을 벌였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