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개발계획 파문]美 백악관서… 南은 외교부 차관보가…“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8시 36분


한국과 미국 정부가 17일(미국 시간 16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인’이라는 메가톤급 뉴스를 발표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양국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동시에 발표하기로 약속을 했고,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는 오전 8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각 방송사와 신문사에 ‘한미 양국이 9시에 북한과 관련된 발표를 한다’고 통보했다. 방송사들은 시간에 맞춰 생방송에 들어갔다.

그러나 외교부의 발표가 20여분이나 늦어지면서 발표 내용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실제 이 과정에서 미 국무부의 성명 내용이 보다 강경한 톤으로 바뀌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발표 직전 미 국무부에서 성명 문안의 최종결재를 기다리고 있으니 발표를 조금 늦춰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 국무부가 발표한 성명은 당초 우리측에 보내온 원안과 차이가 있었다”며 “처음 보내온 문안에는 없던 ‘북한은 제네바 합의가 무효화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부분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관계자는 “추가된 문구는 성명의 핵심 부분 가운데 하나이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를 대외적으로 부각시키겠다는 미국측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백악관 대변인이 첫 공식 발표를 했으나 우리는 외교부 차관보가 발표해 청와대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민감하고 복잡한 외교사안에 대해 누가 발표를 할 것인지는 청와대와 외교부가 항상 협의해 결정하는데 이번에는 외교부가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청와대에서도 외교안보수석이 브리핑을 했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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