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대책문건' 출처논란 증폭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8시 32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전 의무부사관 김대업(金大業)씨와 민주당 관계자가 병풍(兵風)문제를 협의했다는 내용이 담긴 ‘김대업 면담보고서’ 문건을 둘러싼 논란이 문건 작성자와 유출경위를 둘러싼 시비로 번지고 있다.

이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국민일보는 민주당측이 “이 문건은 조작된 것이다”며 강력히 부인하자 14일자에서 문건 작성자는 ‘민주당 모 최고위원측 관계자’라고 공개했다.

또 “김씨가 이 후보 등을 검찰에 고소하기 이전인 7월 초부터 최근까지 민주당 모 최고위원측이 10여차례 김씨를 직접 만나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김씨와의 접촉 시기와 횟수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

국민일보측은 문건 입수경위와 관련, “이 최고위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김씨를 접촉했다는 모 비서관으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문건 유출 책임을 지고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보좌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후 정황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국민일보 보도를 근거로 “병풍 조작의 주범이 민주당이라는 사실이 더욱 확연해졌다”며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최고위원은 누구의 지시로 문건을 만들었고, 어느 선까지 문건을 보고했는지 자백하라”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일보가 문건의 출처로 밝힌 모 최고위원측은 “그런 문건을 만든 사실이 없고, 보좌진 중 어느 누구도 김대업씨를 만난 사실이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회 대정부질문을 준비하기 위해 7월 초, 중순경부터 세풍사건과 병풍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알아본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두 사건을 집중 보도해온 ‘오마이뉴스’ 기자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정보를 들었을 뿐이라는 것이 이들의 해명이다.

이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에서 왜 나를 거론하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쓰고 있다”며 “어느 언론사든 내 이름을 거명하는 순간 바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접촉해온 것으로 지목된 비서관 역시 “도무지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 국민일보 기자를 만난 일도 없다”며 전면 부인했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려진 보좌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국민일보측이 문건입수경위에 대해 나름대로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하고 있는 데다 △이 최고위원측에서 김씨를 접촉하기 시작했다는 7월 초순경 대정부질문을 위해 독자적으로 세풍사건과 병풍사건 조사에 나섰다는 점 △문건유출자로 지목된 비서관이 병풍사건 조사를 맡았던 점에 비춰 의문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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