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그게 이렇지요]주가 떨어지면 경제위축

  • 입력 2002년 10월 8일 17시 55분


“주가가 떨어지는 게 나처럼 주식투자 안 하는 사람에게 무슨 상관이냐?”

몇몇 독자분들이 “신문에 왜 그리 주식 기사가 많으냐”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기업들이 투자할 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주가 하락은 나라 경제 전체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주가는 주식투자자들은 물론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Q〓주가가 떨어지면 왜 기업이 곤란을 겪나요?

A〓기업은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내야, 즉 투자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투자에는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이 돈을 은행에서 빌릴 수도 있고 증권(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해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증시가 침체되면 주식으로 돈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주가에는 ‘선행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지 나빠질지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이 여기에 미리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즉 투자자금이 충분한 기업이라도 주가지수가 떨어지면 ‘아, 앞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겠구나’ 하면서 대체로 투자를 포기합니다.

Q〓이것 말고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또 있나요?

A〓그렇습니다.

첫째,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투자자들의 재산이 줄어듭니다. 재산이 줄어들면 전보다 씀씀이를 줄이게 되겠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소비가 늘어납니다. 이런 것을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합니다. 미국 경제는 2000년 이후 기업 투자가 끊기고 수출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쇼핑 중독증’에 의지해 그나마 버텨왔다고 합니다. 주가가 버텨준 덕분이지요. 그런데 주가가 이렇게 자꾸 떨어지면 최후의 보루인 소비마저 줄어들어 불황을 면할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런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둘째, 한국 기업 주식의 35%는 외국인들이 갖고 있습니다.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은 ‘홈 경기’가 아닌 ‘어웨이 경기’를 하는 셈이므로 겁을 잔뜩 집어먹고 굉장히 발빠르게 움직입니다. 주가가 자꾸 떨어져서 ‘한국 주식이 앞으로 몇 달간 재미가 없겠다’싶으면 이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그러면 주가는 더욱 떨어지겠지요.

Q〓그러면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겠군요.

A〓그렇지는 않습니다. 주가는 가격입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형성되는 가격’의 하나지요. 가격 결정 과정에 정부가 끼어들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또 요즘은 선물 옵션 등 복잡한 상품들이 많이 생겨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부가 억지로 주가를 끌어올리면 이 사람들의 재산을 부당하게 뺏는 셈이지요.

사실 정부가 증시를 부추기려 해 봐야 큰 효과도 없습니다.

‘증시는 경제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증시가 경제의 실제 모습을 정확하게 비출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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