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김용남, 한때는 역도 국가대표

  • 입력 2002년 10월 8일 14시 38분


“나는 국제경기에 나가보지 못했지만 후배들이 잘했으면 합니다.”

부산아시아경기 역도 경기가 열리는 부경대 체육관에는 정치주먹으로 악명을 날렸던 ‘용팔이’ 김용남(52)씨가 매일 나타난다. 한 때 서울 영등포 유흥가 뒷골목의 왕자로 군림하며 프로복싱 챔피언이었던 K모씨를 한방에 KO시켰다는 일화의 주인공이다.

“70년부터 5년간 67.5kg급 역도 국가대표를 했습니다. 역도 금메달을 따면 미인들이 따라다닌다고 해서 운동을 시작했죠.”

타고난 장대한 골격과 힘으로 67년 신인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그는 남산공전-인천체전을 거치며 선수생활을 했다. 전국체전에서 우승하기도 했지만 원신희씨(현 한국체대 교수)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에 머물러 있는 바람에 국제경기엔 한 차례도 나가지 못했다.

그가 주먹 세계에 빠져든 것은 75년. 이 해 전국체전에서 체중이 초과돼 피까지 뽑았는데도 출전하지 못하자 운동에 회의를 느껴 바벨을 놓아 버렸다.

87년 통일민주당 지구당 창당방해사건에 김씨가 관련된 사실이 밝혀지자 역도계는 그를 축출했다. 하지만 변함없이 역도경기장을 찾는 그의 정성에 역도인들도 마침내 다시 마음을 열었다.

3년 전 서울시역도연맹부회장에 취임한 그는 이제 모든 과거를 잊고 역도에만 묻혀서 살고 있다. 최근엔 후배들과 함께 바벨을 들었다가 허리를 다쳐 고생한 적도 있다.

“아시아경기에 나선 후배들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내가 저 자리에 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다 부질없는 생각이죠”.

그는 “역도는 가장 정직한 운동”이라며 “여생을 역도만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부산=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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