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정훈/세무상담, 홍보와 현실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35분


국세청은 최근 “전화세무상담센터가 문을 연 지 1년6개월 만에 200만건의 상담실적을 올렸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민이 전화 한 통으로 세무고민을 덜 수 있도록 해 결과적으로는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상담센터의 불친절에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 세무공무원들의 ‘고압적인 자세’ 때문에 불쾌감만 생겼다는 항의도 만만찮다.

국세청이 보도자료를 낸 뒤 기자는 ‘자료의 진실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상담센터에 직접 전화를 해 보았다. 상담원은 처음 전화를 받을 때 기본적인 인사도 하지 않았으며 말투도 퉁명스러웠다.

“상속세에 대해 묻고 싶은데요.”(기자)

“말씀하세요.”(상담원)

“○○ 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기자)

“….”(상담원)

“듣고 계신가요?”(기자)

“듣고 있으니까 말씀하세요.”(상담원)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던데….”(기자)

“그래서요?”(상담원)

“….”(기자)

이 상담원이 그날따라 특별히 심기가 불편해 기자만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오히려 다행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한두 사람이 당한 것이 아닌 듯하다. 상담센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커피 한잔’이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기초적인 세무지식을 모른다고 상담원에게 바보 취급을 당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네티즌은 “상담원의 태도가 너무 불친절해 상담도중 전화를 끊어버렸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국세청 행정은 정부부처 가운데도 특히 ‘친절’이 중요하다. 세무공무원의 고압적 태도 때문에 자칫 세정(稅政)에 대한 저항이 생겨 경제정책 운용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친절이 생명인 세무상담에서조차 ‘서비스 정신’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더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국세청은 실적 홍보에 앞서 우선 기본적인 서비스행정의 틀부터 짜야 한다. 국민을 ‘졸(卒)’로 보고 군림하려는 태도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세무상담센터를 애써 만들고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원성만 사게 된다.

박정훈기자 경제부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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