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100세 ABC<14>]노인눈질환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42분


《지름 2.4㎝의 공 모양인 눈은 ‘돌출한 뇌’ ‘마음의 창(窓)’으로도 불린다. 백내장과 녹내장은 얼핏 이름이 비슷해 보여서 눈의 같은 부위에 생긴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다. 두 질환은 함께 발병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다. 두 질환은 망막에서 초점이 맺히는 부위인 황반(黃斑)의 성질이 바뀌는 ‘황반변성’과 함께 노인의 3대 실명(失明) 질환으로 꼽힌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안병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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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백내장(白內障)은 한자어 뜻 그대로 눈에 백태가 허옇게 끼는 질환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눈에서 빛의 초점을 조절해서 망막에 맺히도록 하는, 사진기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고 이 때문에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차단되거나 잘못 굴절돼 시력에 장애가 생기는 병이다.

흰자위에서 눈동자로 섬유혈관 조직이 침투하는 ‘군날개’와 혼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두 질환은 다르다.

백내장은 노인에게서 가장 많이 생기는 눈 질환이다. 60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수정체의 한 부위라도 혼탁이 생기며 70세 이상 노인은 절반이 수정체의 중심 부위에 혼탁이 있어 시력 장애를 느끼게 된다.

▽원인과 증세〓주원인은 노화이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눈에 산화물질이 쌓여 생기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추정된다. 많은 과학자들은 햇빛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산화물질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근거해서 항(抗) 산화제나 수정체에 영양분을 보충하는 안약을 점안해서 백내장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억제하기도 하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눈의 각종 염증과 외상, 당뇨병 때문에 백내장이 오기도 하며 선천적으로 백내장이 있는 경우도 있다. 선천성이면 조기에 치료해야 안경을 끼고도 앞이 잘 안보이는 ‘약시’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백내장은 대부분 통증 없이 시력에 변화가 생기면서 진행된다. 많은 사람에게서 사물이 흐리게 보이거나 번져 보이는 증세가 나타난다. 더러 눈곱이 계속 낀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시야가 찌그러지거나 겹치기도 한다. 갑자기 안경의 도수가 맞지 않기도 하는데 일부는 갑자기 가까운 곳이 이전보다 잘 보이기도 한다.

더러 증세를 모르고 있다가 악화되곤 하는데 50세 이상이면 틈틈이 한쪽 눈을 가리고 달력을 보는 방법으로 자신의 시력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백내장뿐 아니라 망막의 질환으로 인한 시력 저하도 자가진단할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치료〓발견 즉시 수술해야 할 만큼 시급한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은 경과를 관찰하기만 한다. 요즘에는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조기 수술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갑자기 밝은 곳에 오면 앞이 안보이는 ‘주맹증(晝盲症)’이 있거나 △높낮이 조절이 안돼서 낙상(落傷)의 우려가 있는 경우 △젓가락질을 잘 못하게 되는 등 생활이 불편한 경우에는 일찍 수술받는 것이 좋다.

수술에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우선 눈에 점안제를 넣어 마취하고 눈동자를 확대한 다음 각막을 3㎜ 정도 자른다. 이후 초음파유화기라는 튜브 모양의 수술 기구를 수정체의 껍데기 앞부분으로 넣어 초음파를 쏜 다음 죽처럼 된 수정체 덩어리를 빨아당긴다. 그리고 인공수정체를 집어넣는다. 이 과정은 20∼30분 정도 걸린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2, 3일 입원해서 수술받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당일 입원해서 수술받고 퇴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수술 뒤 변화〓원래 수정체는 수축했다 펴지면서 초점 거리를 조절하지만 인공 수정체는 형태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 한 달 뒤 안경 처방을 받아야 한다.

수술 환자의 30% 정도는 수술 뒤 재발했다면서 얼굴이 노랗게 변해 병원을 찾지만 대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 때에 인공 수정체를 넣기 위해 기존의 수정체 껍질을 남겨두는데 이것에 혼탁이 생긴 것이다. 레이저를 쏘아서 인공수정체의 뒤쪽 껍질을 뚫어주면 시원하게 세상이 보인다.

요즘에는 의술의 발달로 백내장과 녹내장이 함께 생긴 경우 한꺼번에 수술해서 삶의 질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녹내장▼

녹내장(綠內障)에 걸리면 눈색깔이 푸르게 변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일부 서양인에게서 이 병이 생기면 눈동자가 녹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병명이 생겼다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정말 이름과 어울리지 않은 질병인 것이다.

녹내장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되는 위험한 질환이다. 주로 40세 이후에 발병하며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많다.

이 병은 이전에는 눈의 압력 상승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요즘에는 안압이 10∼21㎜Hg(기압의 단위)로 정상인 사람 중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안과에서는 안압 측정, 앞방각 검사, 시야 검사 등을 통해 △시각신경의 독특한 손상 △시야가 줄어드는 시야결손 △안압의 변화 등이 있는지 확인해서 발병 여부, 치료 지침 등을 결정한다.

▽방수(房水)와 녹내장〓눈에서 눈물이 안구 표면을 흐르는 액체라면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인 ‘앞방’을 채워줘 안압을 유지하는 체액이다. 방수가 없으면 눈이 금세 쪼글쪼글해지지만 거꾸로 너무 많으면 눈 전체의 압력이 높아지게 되며 이 때문에 시각신경으로 가는 혈액 흐름이 방해받게 된다.

방수는 앞방의 모서리인 앞방각을 통해 빠져나가서 그물 모양의 섬유주(纖維柱)를 통해 결막혈관으로 방출된다.

우선 앞방각이 막혀있어 방수 유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폐쇄각 녹내장’이라고 한다. 주로 급성으로 생기며 환자는 구역질 어깨결림 안통 두통 등을 호소한다.

가을에는 귀밑에 멀미약을 붙이고 단풍놀이 간 노인에게서 종종 생기곤 하는데 이는 멀미약의 부교감신경 억제 성분이 동공을 확대하고 이 때문에 방수 유출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일부 감기약도 같은 작용이 있다.

섬유주의 그물이 막혀서 녹내장이 올 수도 있는데 ‘개방각 녹내장’으로 부르며 대부분 몇 해 동안 서서히 진행된다.

▽종류별 치료법〓녹내장은 완치되지 않는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평생 안압을 조절하면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폐쇄각 녹내장은 레이저로 홍채를 1∼2㎜ 뚫는 수술을 받으면 증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개방각 녹내장은 우선 안압을 낮추는 약을 점안한다. 약은 네 종류가 있는데 약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부터 단계별로 투여한다. 보통 하루에 두 번 넣는데 이는 약효가 12시간 지속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하루에 한 번 점안하는 약도 나왔다.

약 치료에 한계가 있으면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을 받는다. 레이저로 섬유주를 쏘면 섬유주가 오징어 구울 때처럼 오그라지며 쏘인 곳 주위에는 틈이 벌어져 이곳으로 방수가 유출된다.

증세가 심할 경우 의사가 수술현미경으로 보면서 아주 작은 칼로 눈조직의 일부를 절제하거나 방수를 유출시키는 관을 설치하는 수술을 시술한다. 안압이 정상인 녹내장 환자도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받는데 눈속 혈액 흐름이 원활해져 피가 잘 흘러 시각신경에 산소와 영양분이 잘 공급되기 때문이다.

▽생활에 조심〓눈에 통증이 생기거나 출혈, 시력저하 등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병원으로 향한다. 어두운 곳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면 눈동자가 확대돼 방수 유출로가 막히고 이 때문에 증세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피한다.

한편 녹내장은 눈알의 크기가 작은 사람에게서 잘 생기지만 눈알크기와 눈 크기는 다르므로 겉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녹내장은 증세 없이 나타나고 안압이 정상인 경우도 많으므로 40세 이상은 1년에 한번씩 눈 검사를 받고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병 환자, 혈액순환장애나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은 특히 신경써야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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