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결과로 말하겠시요”

  • 입력 2002년 9월 25일 17시 45분


대회 개막을 나흘 앞둔 25일 경남 창원사격장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총을 놓고 나란히 앉아 휴식을 취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
대회 개막을 나흘 앞둔 25일 경남 창원사격장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총을 놓고 나란히 앉아 휴식을 취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
25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아파트. 오전 6시반이 되자 114동에서 북한 선수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잠에서 덜 깨 하품을 하는 이도 있었고 기지개를 켜는 선수도 있었다.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은데다 접근이 금지돼 선수들의 얼굴은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수십명이 모이자 선수촌 아파트에 자연스럽게 흩어져 가볍게 맨손체조를 했다.

북한 선수들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체조를 마친 선수들은 다시 숙소로 들어간 뒤 7시20분쯤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오전 훈련이 예정된 유도와 체조, 조정 선수들이 먼저 아침을 먹었다. 식사는 북한선수들끼리 무리를 지어 했다. 혹 아는 한국선수나 관계자를 만나면 “안녕하셨습니까”하며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북한 선수단의 하루는 바쁘고 빈틈없이 움직였다. 이번 대회에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에 찬 모습이다.

아침식사를 마친 선수들은 바로 훈련장으로 향했다. 북한의 여자유도 영웅 계순희가 포함된 유도팀은 8시가 조금 넘어서 서대신동 국민체육진흥센터로 떠났다. 유도선수들은 9시30분에 훈련장에 도착해 10시50분까지 훈련한 뒤 선수촌으로 돌아왔다. 오후에 계순희는 선수촌 내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바벨을 들며 열심히 몸을 만드는 모습.

조완국 등 조정 선수들은 9시쯤 선수촌을 나서 해운대 조정경기장에서 맹훈련에 들어갔다. 조정팀은 점심도 경기장 옆 식당에서 해결한 뒤 잠깐 오후훈련까지 마치고 선수촌으로 돌아왔다.

‘인간장대’ 이명훈으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농구팀은 학생교육문화회관 체육관에서 오전 오후 두 차례 훈련을 했다. 당초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한차례만 예정됐지만 경기장에 다른 일정이 잡혀 있지 않자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40분, 오후 4시30분부터 7시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한국을 꺾고 우승까지 바라보는 북한축구팀. 오전에 휴식을 취한 뒤 오후 3시30분 선수촌을 출발해 화명동에 마련된 운동장으로 이동해 전술훈련을 했다.

오후 훈련을 마친 북한선수들은 5시30분부터 종목별로 선수촌으로 되돌아왔는데 저녁식사는 오후 8시가 다 돼서야 했다. 식사를 마친 선수들이 되돌아간 선수촌 아파트 114동은 오후 9시30분 넘어서면서 하나둘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북한 선수단은 오직 훈련에만 매진했다. 훈련장에 기자들이 나타나면 비공개로 훈련했고 기자들이 묻는 질문엔 거의 대답하지 않았다. 북한의 한 관계자는 “경기를 다 마친 뒤 얘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왕상은 선수촌장은 “북한의 방문일 단장 등 관계자들과 만나면 얘기를 많이 하는데 북측에선 말을 아주 아끼고 있다. 뭔가 결과로 말하겠다는 듯한 인상이다”고 말했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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