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공자금 조사의지 있나

  • 입력 2002년 9월 19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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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2시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대회의실.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 예비조사단이 현장 실사를 위해 모여들었다.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예보는 재경부 금감위 자산관리공사 등과 함께 이번 국정조사에서 핵심 대상기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한나라당은 예비조사가 시작된 이후 줄곧 피감기관들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당초 이날은 산업은행과 제일은행 국민은행을 조사하기로 돼 있었으나 한나라당의 요구로 막판에 예보로 바뀌었다. 하지만 회계사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한나라당 조사단은 한 명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참관인에 불과한 의원 보좌관 3명이 나왔으나 그나마 2명은 자리에 잠깐 앉았다가 곧바로 일어섰다.

결국 이날 조사는 민주당 조사원 4명과 자민련 조사원 2명만 참석한 채 대충대충 넘어갔다.

한나라당 조사단은 “현장에 나가봐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건질 게 없기 때문에 불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현장에 나가 다그쳐서라도 자료를 받아내야 하는 게 조사반의 역할이고 또한 의무이기도 하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날 밤늦게서야 조사가 공전한 이유를 파악하느라 부산을 떨었다는 점이다.

“자료가 부실해서 맥이 풀린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3일 예비조사에 착수한 뒤 “도대체 자료가 안 온다. 기관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피조사기관을 압박했다. 여론도 한나라당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현장 조사에 불참한 것은 국정조사 의지 자체를 의심케 한다. 무슨 말을 해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추석이 지나면 청문회까지 불과 보름밖에 남지 않는다. 공적자금 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이다. 한나라당의 무성의한 태도를 보면서 공적자금 청문회가 정부의 일방적인 해명장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진다.

최영해기자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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