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연욱/국회 정보위 ´오기싸움´

  • 입력 2002년 9월 17일 18시 33분


국회는 16일부터 365개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을 감사하는 정보위원회만이 유일하게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정보위는 국감에 앞서 실시하는 2001년도 결산 심사도 하지 못했다.

정보위의 파행은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의 위원 자격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싸움이 발단이다.

민주당은 홍 의원이 국가안전기획부 돈의 신한국당 15대 총선자금 유입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홍 의원은 이해당사자여서 국정원 정보를 사용(私用)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쟁점이 되고 있는 사건의 변호인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직도 홍 의원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홍 의원은 16일 성명을 내고 “변호인직을 사퇴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내 자격을 문제삼아 회의 개최 등을 거부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국정포기 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보위의 문이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보위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는 양당의 ‘안이한’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매일 “정보위 파행이 계속되면 국정원 내년 예산은 1원 한 푼 없는 식물상태가 된다. 누가 답답한지 두고 보자”며 으름장만 놓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도 최근 사석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내년이면 당신들이 쓸 예산인데 맘대로 해라”며 ‘답답한 것은 한나라당’이라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현직 국정원장이 대통령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에게 줬다는 수천만원의 출처 확인 등 국정원과 연관된 각종 의혹들을 규명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국정원이 예산집행을 하지 못해 기능 불능 상태에 빠질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양당은 비난만 할 뿐 돌아올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양당은 지루한 ‘오기 싸움’을 끝내고 대승적 차원에서 즉각 정보위의 문을 열어야 한다.

정연욱기자 정치부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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