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영문 홍보물 오류 투성이…나라 망신

  • 입력 2002년 9월 17일 17시 18분


37억 아시아인들의 눈과 귀를 붙들 '2002 부산 아시아경기대회'(AG)가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으나 영문 홍보물이 잘못 투성이여서 부산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자칫 나라 망신까지 시킬 우려를 낳고있다.

부산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BAGOC)는 최근 20쪽 분량 공식 홍보책자인 '부산 아시안게임' 영문판 1만5000부를 발간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 43개국 각 부처 및 경기 단체와 재외공관, 한인회, 국내 특급호텔 등에 나눠줬다.

그러나 이 홍보책자는 표지 제목부터 영문표기가 엉망이다.

'북한 대회 참가 확정'(North Korea confirms to participate in the Games)으로 해야 할 영문표기에 쉼표(,) 하나를 더 찍어 '북한이여, 참가를 확인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표현으로 뜻을 완전히 왜곡했다.

책자 발행인인 정순택(鄭淳宅) 조직위원장의 이름을 'Chung­Soon Taek'으로 표기해 성(姓)을 '택씨'로 바꿔 놓았다.

또 44개 경기장에서 열리는 38개 종목의 경기(38 sports)를 '38 events'로 소개해 부산 AG를 단순 문화행사로 탈바꿈시키고, 국적 불명의 단어 'equastrian'(승마·equestrian의 잘못)이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정부 기관인 통일부(The Ministry of Unification)를 'the Ministry of National Reunification'으로 표기한데다 떠난지가 1년 6개월이 넘는 박재규(朴在圭) 전 장관을 현 장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개막식 토막 소식을 전하는 란에서는 문장 중간에 ' ∞ Ø ±' 등 특수 문자들이 인쇄돼 있어 때로 난수표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 홍보책자에는 단어의 철자 누락에서부터 시민단체나 기업체의 공식 명칭을 잘못 표기하거나 직위나 지명, 경기장의 단어를 잘못 선택한 곳이 100군데가 넘는다.

이 책자 내용은 조직위 인터넷 홈페이지(www.2002busanasiad.org) 영문판의 자료실(Archives) 'AG News Letter'에 나와있다.

또 조직위가 최근 2만부를 만들어 OCA 회원국과 각 경기단체, 재외공관, 한국관광공사, 국내외관광안내소, 각 자치단체에 배포한 한 장짜리 접이용 'Guide to Arts Festivals' 홍보물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부산 광안리 수변공원(water front)을 'Subyeon Park'로 적어 한 눈에 알 수 없게 만들었으며, 부산체신청(Busan Regional Communication Office)을 'Busan Administration of Communication'으로 표기해 '부산통신행정'이란 기구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이 곳에서 열리는 우표수집 전시회를 'Busan Fila Asiad 2002'로 표기해 우표수집(Phila) 대신 유명상표 'Fila' 이름을 써넣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저질렀다.

부산대 이상도(李相道·언어학박사) 교수는 "국제행사를 앞두고 통역안내와 홍보 의전 등에 특히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조직위가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은 도덕적 해이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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