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하키]女하키“5연패 도전팀 맞나요”

  • 입력 2002년 9월 16일 19시 29분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는 한 여름 뙤약볕에서 매일 6시간씩 흘린 땀방울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외모에 한창 신경 쓸 꽃다운 나이지만 진한 구릿빛 피부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여자하키 대표팀 선수들의 첫 인상은 우선 ‘까맣다’는 것이었다.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구내식당에 모인 여러 종목에 걸친 100여명 선수들 가운데도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검정색이 모든 빛을 흡수하듯 그들의 검은 얼굴은 마치 세상 모든 어려움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여자하키는 이번 부산대회에서 5년 연속 우승의 신기원에 도전하고 있다. 어떤 구기 종목도 이룬 적이 없는 신화 창조를 노리고 있지만 주위의 관심 한번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과 함께 변변한 지원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훈련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대표팀은 이달초에야 겨우 태릉선수촌에 입촌할 수 있었다. 대회가 국내에서 개최되면서 각 종목의 출전 엔트리가 늘어나 선수촌에 묵을 방이 없었기 때문. 오전에는 숙소가 있는 성남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오후에는 태릉에서 전술 훈련을 하는 고단한 스케줄을 따라야 했다. 하루에 길에서3시간 가량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휴식시간이 줄어들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어렵게 잡은 숙소는 러브호텔이어서 나이 어린 선수들이 민망할 때도 있었다. 끼니때마다 숙소 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먹다 보니 다양한 메뉴나 영양을 고려한 식단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또 여자 하키 대표팀에는 어려운 형편의 선수들이 특히 많았다. 16명 엔트리 가운데 가족이 없는 혈혈단신이거나 집안 사정이 기울어 생계보조를 받아야 될 선수들만 따져도 절반에 가깝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설명. 그 흔한 보약 한번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그나마 실업 선수들은 100만원 안팎의 월급을 쪼개 30만∼40만원이나 들어가는 보약을 해먹어가며 힘든 훈련 과정을 버티고 있다.

대표팀 김상렬 감독은 “힘겨운 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며 “메달조차 못 딴다면 아예 잊혀질 존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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