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작용만 낳을 '세금때리기' 정책

  • 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47분


부동산투기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또 재산을 가진 사람들은 그 가치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런 전제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번 정부의 ‘세금 때리기’식 부동산대책은 목표로 한 효과는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엄청난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

재산세만 해도 그렇다. 아파트를 살 만큼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의 소득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물렸다면 재산세는 이중과세(二重課稅)적 성격을 갖는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주택보유세는 함부로 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단번에 재산세를 최고 50% 이상 인상해 보복적 조치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모든 주택소유자를 투기꾼으로 간주한 이번 조치로 선의의 아파트소유자까지 벼락치기식 세금의 고통을 받게됐다.

재산세 등 지방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를 고려해 매기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강남과 강북간의 재산세 불균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단번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무리수를 두었다는 비판은 면키 어렵다.

기준시가 인상도 그렇다. 양도소득세가 한꺼번에 최고 9배 이상이나 뛰는 식의 조정이라면 감정적 세정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장기보유로 양도세를 안 물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모든 단기보유자를 투기꾼으로 보는 인식이다.

정부가 저지른 부동산값 폭등 문제를 수요공급 차원에서 해결하지 않고 세금으로 다스리려는 정책은 부작용만 몰고 올 것이다. 재산세를 중과하면 토지가격은 떨어지지만 집값 안정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중과된 세금은 다시 집세에 전가돼 전 월세를 사는 덜 가진 계층에 고통이 넘겨질 뿐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점진적 세금인상을 주장하는 다른 부처의 주장을 재정경제부가 나서서 묵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재경부장관은 이번 조치가 몰고 올 엄청난 조세저항과 부작용을 고려해 조치를 재고하든지, 아니면 그 결과에 책임을 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