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의원 주식명의신탁 반응]재계 "경영서 손떼지 않겠다는 말"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46분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해 자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명의 신탁형태로 정리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재계의 반응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은 “정 의원이 대선 출마에 앞서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 조치를 출마를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정 의원의 출마에 가장 껄끄러운 반응을 보여온 삼성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와 중복되는 사업분야가 적지 않고 재계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경제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정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예전과 달리 회계 투명성이 높아진 지금은 재계가 정치권에 휘둘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삼성 계열사의 다른 간부는 “정 의원이 대통령으로 나오려면 지분을 ‘처분’해야지 제3의 기관에 명의신탁 형태로 일시적으로 맡겨놓는 정도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평가했다.

LG그룹측은 겉으로는 ‘별 관심 없다’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정 의원의 지분 정리 방식에 대해서는 역시 시큰둥한 반응이다.

LG 구조조정본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계에서는 ‘정풍(鄭風)’도 ‘노풍(盧風)’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바람에 그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정 의원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SK도 공식적으로는 ‘노코멘트’였다.

SK 계열사의 한 임원은 “재벌이 정치권력까지 쥐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며 “일각에서는 경제계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재계 고충을 많이 들어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과거 관치(官治) 경제 때와 달리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는 청와대가 특별히 잘 봐주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그룹측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중견그룹인 H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식상한 기존 정치인과 달리 정 의원은 나름대로 신선한 맛이 있다. 4선 의원이면 어느 정도 검증도 받았고 주식 지분 정리도 그 정도면 할 만큼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전경련과 대한상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예민한 사안임을 의식한 듯, ‘개별기업 문제에 대해 우리가 일일이 코멘트 할 수 없다’며 반응을 자제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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